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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하루일과중 늦은 밤 10-11시경에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는 일이 유일한 또는 내집 안방에서 쉬는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의 낙원이었습니다.… 17일 밤 이날 저녁 식사후 수사관 7명중 여러명이 술을 마시고 들어와 조사실에는 술냄새가 진동할 정도였습니다. 밤 11시경 저의 진술서로는 마지막 8권쯤으로 되어 보이는 것을 수사관이 다른 곳에서 작성해온대로 중간쯤을 제가 옮겨 쓰고 있던 중 수사관이 말하기를 진술서는 이만 다음날 쓰기로 하고 지금부터는 피의자 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자했습니다. 밤이 너무 늦었으니 수사관들만 믿고 (중략) 초고속으로 훑어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속히 자필서명하고 무인으로 간인까지 찍으라는 재촉의 강압이었습니다. 제가 피의자 조서를 대충 읽어보니 처음부터 박용이라는 사람은 제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북녘동포돕기 모금을 박용에게 송금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부인하니까) 술먹은 수사관을 합친 7명이 저를 둘러싸고 물을 여러병 담아와 지정된 의자에 앉아 있는 저를 한 수사관이 머리채를 휘어잡아 고개턱을 뒤로 제쳐 붙들고 있고 또 한 수사관이 코와 얼굴에 물을 마구 부어댔습니다.
밤 12시경 다시 7명의 수사관이 하는 말이 아래층 고문실에 가서 본격적으로 고문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던 세수 수건으로 제 눈을 가리고 저를 이끌고 조사실을 나갔습니다.
""아래층 고문실에서 본격적으로 고문하자""
숙직실 같은 곳에서 담요를 한장 가지고와 제 머리 위에서부터 덮어씌우고 … 골방같은 곳으로 데리고 들어가 눈가림을 풀고 저를 열십자로 눕혀놓고 물을 제 얼굴에다 폭포처럼 얼마동안 쏟아 부었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의식을 잃고 말았습니다. 얼마동안을 지났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래층 바닥에 눕혀져 있었습니다. 정신만은 총명한데 숨이 몹시 막힐 지경의 호흡곤란으로 몸은 완전히 늘어져 움직여지질 않았고 숨만 몹시 가빠 말을 전혀 할 수 없었습니다. … 늘어진 제 팔을 몇 수사관이 붙들고 제 손 엄지에 인주를 묻혀 수사관의 일방적 의도대로 작성한 피의자 조서의 간인을 빠짐없이 찍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위층 조사실로 7명의 수사관들이 떠메고 올라가 조사실의 제 지정의자에 앉히고 그 피의자 조서에 서명하라는 것입니다. … 저는 심한 호흡곤란으로 몸을 가눌 수 없어 바닥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때 비로소 수사관들이 당황하여 침대에 눕히고 물에 흠뻑 젖은 추리닝 상하를 벗기고 윗도리는 제가 입고 온 남방셔츠로 하의는 조사실의 유니품인 다른 추리닝으로 갈아 입히고 물이 줄줄 흐르는 추리닝 상하의는 의자에 걸쳐 널어 말리고 있었습니다. 호흡곤란으로 숨이 차 말 한마디 못하고 잠도 못이루면서 몇 시간 된 숨소리가 계속나니까 그때 비로소 의사를 불러 몇 번씩 왕진하는 등 난리법석을 부렸습니다. 현장에 의사가 와서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느냐고 물으니까 한 수사관이 아무일도 없었는데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충격을 받았는지 그냥 쓸어졌다고 했습니다. … 새벽 2-3시경 앰블런스에 실려 가까운 듯한 병원에 도착하여 제 머리 부분을 여러 번 초음파 촬영을 하더니 머리부분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다시 앰블런스에 실려와 취조실까지 들 것에 들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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