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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청춘을 접은지 13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동료들의 뜻에 운구를 멈춘지 6일만에 노수석 씨는 망월동 묘역에 잠들었다.
10일 노씨의 운구는 정든 연세대 교정을 뒤로하고, 자신의 발자취를 쫓아 떠났다. 학창시절의 꿈이 머물던 신촌거리에서 부활의 노래를 들으며, 지난달 29일 그렇게도 억울하게 자신의 육신을 앗아간 종로거리에서 영혼을 달래며 아버지의 땅 민중의 땅 광주로 떠나갔다. 노씨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신촌에서 종로까지 노씨를 애도하며 동행한 수만 명의 학생과 시민들, 푸른 대기를 온통 펄럭임으로 이어 놓은 만장의 물결은 끝을 볼 수가 없었다. 운구를 바라보며 눈물 훔치던 아주머니, 홍보물을 서로 청해 읽어보는 시민들, 동료들에게 나눠주겠다며 몇 장 더 달라는 직장여성, 열심히 홍보물을 나눠주는 학생에게 “수고하십니다” 한마디 전해주는 넥타이 아저씨... 봄날의 따사로운 햇살이 사람들 속에 둘러친 무관심의 장막을 활짝 열어젖힌 듯 했다. 연세대를 떠나기 전, 대형영정 속의 노수석 씨에게서 살짝 고인 눈물을 본 듯했다.
그러나, 거리에서 시민을 만나고 노제에 참석한 수많은 사람들의 바램과 함성을 듣고 난 뒤의 노씨는 살며시 미소짓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이나마 편안한 마음으로 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날 노씨를 떠나보낸 모든 이들의 마음은 한결 같았으리라 “ 이제 남은 몫은 남아있는 우리에게 맡기고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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