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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를 준비하던 노동자들을 강제 연행한 경찰의 행위가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집회의 자유를 공공연하게 침해해 온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7일, 전주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오천석)는 작년 2월 전교조 전북지부 앞에서 집회를 준비하다 경찰에 강제 연행된 노동자들을 검찰이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한 것에 대해, ""경찰이 위법한 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2월 22일,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소속 20여명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를 위해 전교조 전북지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준비하던 중 모두 경찰에 연행되었다. 이날 옥외집회는 적법하게 신고된 합법적인 집회였는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월드컵 개최지에서는 천막농성을 불허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집회 예정 장소에 미리 병력을 배치한 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천막 등 집회용품을 탈취하고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을 강제연행했다. 이후 전주지방검찰청(아래 전주지검)은 경찰의 집회 침탈에 저항했던 노동자 세 명을 또다시 특수공무집행방해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게 항거한 행위를 공무집행방해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경찰이 피고인들로부터 천막 등을 빼앗는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경찰의 위법한 탈취행위에 저항하는 피고인들을 현행범으로 연행한 행위 또한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민주노총 법규차장 권두섭 변호사는 ""그동안 집회현장에서 경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집회를 방해 또는 봉쇄하는 관행이 잦았다""며, ""이번 판결은 경찰의 이러한 관행이 불법이라는 점을 판결로써 확인했다는 점에서 경찰의 자의적 공권력 남용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전주지역에서 경찰이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강제 연행한 사건은 작년 상반기에만 4차례에 달한다. 이에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는 지난해 7월 4일 당시 경찰서장을 고소·고발했으나, 지난달 초 전주지방검찰청은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노동자들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공권력 감싸기'라고 비판하면서 이에 불복, 광주고등검찰청에 항고 신청을 내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박재순 교육선전부장은 ""법원에서 경찰의 위법행위를 인정한 만큼, 광주고등검찰청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며 반겼다. 또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찰의 불법적이고 자의적인 관행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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