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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구치소 내에서 재소자가 숨지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부산구치소에서 수감 중이던 김윤수 씨가 동료 재소자들의 폭행에 의해 숨진 이 사건은 '인권의 사각지대'라 불리는 구치소내의 상황으로 볼 때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구치소내의 인권상황이 여전히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교정당국이 갖고 있는 재소자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한국 교정시설의 운영방침은 '죄 값'을 치르기 위해 들어온 재소자들에게는 '형벌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징역살이이다. 그리하여 교정시설의 내부 시스템은 이들에 대한 감시ㆍ관리, 감독ㆍ통제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각종의 내부 규정들도 그에 입각해 운영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소자들이 응당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것은 입감 시기부터 봉쇄되고 있다.
올해 들어 교정시설에서 첫 사망한 김윤수 씨의 경우도 그러하다. 김 씨는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를 납부하지 않아 징역형에 처해졌다. 몸이 성치 않아 병동에 수감되었다 이번 사고를 당했다. 아직 검찰 수사결과가 공식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동료 재소자 3명이 폭행을 가해 숨진 것으로 밝혀져 관련자들이 폭행치사혐의로 지난 3일 검찰로 송치된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윤수 씨가 숨지기 전 며칠간 구치소 내에서 진료를 받아왔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치소 당국은 ""김 씨가 폭행을 당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폭행 사실을 몰랐노라고 발뺌하고 있다. 그러나 급사한 경우도 아니고, 사망 당시 온몸에 피멍이 들고 갈비뼈까지 부러진 상태였는데도 김 씨를 진료한 의무과장이나 구치소 당국이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될 법한 일인가. 더구나 구치소 당국은 사건 발생 후 김씨의 사망원인을 알코올중독에 따른 금단증세라고 발표하였다가 이 사건이 <부산일보>를 통해 이슈화되자 동료 재소자의 폭행으로 사망하였다고 발표 내용을 번복했다. 구치소 당국이 은폐 의혹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담당 교도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법무부 감찰 조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만, 구치소 내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관련 교도관이나 상급지휘자들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 해마다 구치소내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으나,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는 하급 교도관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무마되어 왔다. 재소자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교정시설의 관리와 운영이 전면적으로 쇄신되기 위해서는 이 사건의 책임을 최소한 부산구치소장까지는 물어야 할 것이다.
이광영(부산인권센터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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