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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가 지난 4일 박충렬(36)·김태년(30) 씨를 기소한 혐의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찬양·고무), 제5항(이적표현물 소지) 등이었다.
박 씨등이 안기부에 의해 국가보안법 제8조(회합통신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15일 구속된 지 50일만의 일이었다. 박씨등은 안기부에서 20일간, 검찰에서 30일간 조사를 받았다.
안기부는 구속영장에서 박 씨등이 ""90년 일자미상경 북한에서 남파된 성명불상 공작원""에게 포섭되어 국내 재야운동권에서 활동하며 ""기히 약정된 통신조직을 통해 불상내용의 지령을 수신하고 그 지령사항 실천결과 등을 북한 공작 조직에 보고하는 등"" 반국가단체구성원과 회합, 통신 연락하는 등 암약해 왔다고 밝혔다. 또, 안기부는 수사과정에서 이른바 부여간첩 김동식 씨가 박씨와 김씨에게 무전기를 전달하려 했다며 이를 집요하게 추궁하였다. 박씨의 경우 검찰 송치 5일전부터 4일간 변호인의 접견마저 거부당한 채 경기도 마석 등지를 끌려 다니면서 고문당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으로 수배중인 박철훈 씨와 관악산에서 이적단체 가입을 결의했다는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씨의 경우 회합통신 뿐만 아니라 이적단체 가입 등의 혐의도 모두 빠졌다. 김씨의 경우도 처음 김씨의 사무실 천장에서 무전기를 발견했다, 공작금을 수령했다는 등의 혐의를 씌우려 했으나, 검찰 송치과정에서 모두 빠져 버렸다.
박 씨등이 기소된 조항들은 지난 93년 12월 국회에서 개정돼 94년 1월부터 발효된 안기부법 제3조(직무) 1항3호에 명백히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안기부의 수사권한을 넘는 영역이다. 안기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중 제7조와 제10조(불고지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수 없다.
이에 비춰 보면, 안기부는 불법수사를 한 셈이 된다. 물론 안기부는 재판과정에서 회합통신 혐의 나아가 간첩 혐의까지 확신을 갖고 있었지만, 물증은 찾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도 안기부법의 개정취지를 전적으로 위배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즉, 안기부의 무리한 인신구속에 의한 인권유린을 방지하기 위해 이런 조항을 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이덕우 변호사는 ""안기부가 설령 자신들이 회합통신 혐의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고 해도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인신구속을 하고, 그것을 무리한 수사방법을 동원해 입증하려 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안기부의 고문수사에 대해서는 박 씨등 구속자들의 발언 외에 증거가 없어 문제가 있지만, 박 씨등의 재판과정은 다시 한번 안기부의 불법수사 여부가 심판대에 오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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