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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명동성당이 깨끗해졌다. 아니 무언가 좀 허전해 보인다. 있어야 할 무언가가 빠진 듯하다. 성당입구 한 쪽에 커다란 비닐로 덮여있던 천막이 사라졌다.
바로 95년 7월19일부터 명동성당에 자리를 잡고 농성을 시작한 [5.18학살자 재판회복을 위한 농성단]이 1백75일만인 9일 오후1시 해단식을 갖고 마무리한 것이다.
본래 해단식은 95년 12월 21일에 가질 계획이었으나 이날 전두환씨 경찰병원입원 항의방문을 나갔던 농성자들이 모두 연행되어 연기되었다.
이날 해단식의 분위기는 날씨만큼이나 차분하고 어두웠다. 명동성당에서 무더운 여름과 살을 에는 겨울을 맞고 고생을 마쳤음에도 기뻐하거나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일부 사람들은 뒤에서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다. 특별법이 제정되고 5.18에 관한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그것이 어느 선까지 이루어 질 것인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박영순(5.18 부상자동지회장) 농성단장은 ""우리가 바라던 특별법은 제정되었지만 국민위원회 설치등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며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정부의 5.18관련자 처벌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른 투쟁의 시작이라고 여러번 힘주어 강조했다.
1백75일의 긴 농성기간동안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명동성당을 떠난다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해단식 끝 부분에 갑자기 등장한 꽃다발 증정식에 얼어 있던 행사장 분위기가 밝아졌다. 또 농성단이 지금까지 농성에 필요한 장비와 전기이용등을 도와준 박준씨와 매일 명동성당 집회에 참가한 박기호씨에게 공로상을 수여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농성을 통해 얻은 것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 쑥스러워하며 농성장을 찾아오고, 함께 하지 못함을 안타까와 하며 서명을 하던 시민들을 만나며 이들이 더욱 깊게 느낀 것은 5.18특별법이 누구 하나의 의지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국민들의 노력과 땀과 피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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