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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내에서 '감히' 노조결성을 추진했다가 '찍힌' 노동자. 뒤이어 석연치 않은 폭력혐의로 구속된 한 노동자가 재판을 받고 있다.
30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삼성SDI 노동자 박경열 씨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박 씨는 지난해 10월 회사 내에서 윤일철 제조2그룹 부장, 권기창 제조팀장, 경비원 정주현 씨 등을 흉기(칼)로 위협한 혐의로 구속됐다.<관련기사 2001년 1월 17일, 2000년 12월 20일자 참조> 이날 공판에는 박 씨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세 명의 인물 가운데 경비원 정주현 씨가 마지막 증인으로 나왔다.
정 씨는 ""회사 밖으로 나가려는 박경열 씨의 가방에서 칼자루 비슷한 것이 보여 검문을 하려했으며, 검문을 거부하는 박 씨에게 계속 소지품 확인을 요청하자, 박 씨가 '건드리지 말라'며 칼을 꺼냈다""고 진술했다. 이어 정 씨는 ""박 씨가 칼을 휘두른 것은 아니지만, 나를 향해 칼을 뽑아들어 겁이 났다""고 말했다. 정 씨는 ""피고인과 안면이 있었고, 상황이 진정되면서 경비실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눴으며, 대화과정에서 박 씨는 칼을 가방에 다시 집어넣었다""고 밝혔다.
당시 경비실에 있던 박 씨는 곧바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러나 정 씨는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없으며, 현재 박 씨의 처벌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피해자들 ""처벌 원치 않아""
이로써 박 씨에게 협박을 당한 것으로 되어 있는 세 명의 증인이 모두 법정진술을 마쳤다. 그런데 법정에서 피고인과 대면한 상황에서 나온 진술이긴 하나, 증인 가운데 박 씨의 처벌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적으론 처벌을 원치 않지만 회사의 뜻에 따르겠다""는 권 팀장의 진술은 여운을 남겼다. 또한 박 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던 정주현 씨 역시 ""박 씨의 석방을 위해 탄원을 해 줄 수 없냐""는 가족의 요청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한편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 역시 박 씨의 처벌사유로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씨가 회사 간부들을 '협박'해 얻어내려던 내용이 '동료 노동자의 조속한 귀국'에 불과했으며, 그들에게 직접 칼을 들이댄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누가, 왜 박경열 씨의 처벌을 원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한편 재판부(수원지법 형사8단독, 이주한 판사)는 다음 공판 날짜를 2월 27일로 고지했다. 구속사건치고는 공판기일이 아주 멀찍이 잡힌 경우다. 특히 2월 중순까지 법원의 정기 인사이동이 예정돼 있어, 선고는 다음 재판부로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로써 박경열 씨는 최소 넉 달 이상 감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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