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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으로는 재판도 받지 않겠다"",항소도 거부...6개월간 네 차례 단식
누구의 이목도 끌기 어려운 감옥 안에서 한 국가보안법 수감자가 자신의 온몸을 바쳐가며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김대원(30) 씨는 구속된 지 6개월도 안 돼 벌써 4번째 단식 투쟁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98년 방북했다가 지난해 8월 귀국하자마자 구속·기소돼 지난 1월 19일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갇힌 김 씨의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은 '재판 거부'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공판이 시작되자 ""6·15남북선언에 의해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국가보안법으로는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고, 3차 공판부터는 아예 법정출두조차 거부했다. 담당변호사에게도 알리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선고 때까지 궐석재판이 계속됐으며, 김 씨에겐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김 씨는 ""국보법에 의해 죄인을 만들어내는 재판 자체를 인정 못 한다""며 항소도 하지 않았다. 이로써 1심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에 앞서 김대원 씨는 11월 초순경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며 물조차 입에 대지 않는 단식투쟁을 벌여 14일만에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그는 후송된 뒤에도 물만 마시며, 12월 31일까지 극한의 단식을 했다. 김 씨의 단식투쟁과 관련해, 서울구치소 측은 ""단식을 하면서도 독방에서 구호와 노래를 크게 부르는 등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는 의견을 법원에 냈고, 재판부는 그에 대한 정신 감정 조치를 결정해 김 씨는 한동안 공주치료감호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정신 감정 결과, ""의지가 남다를 뿐 지극히 정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김 씨는 지난달 23일부터 네 번째 단식투쟁 중이다.
김 씨의 법정 대리인 김승교 변호사는 ""그는 국보법을 '무시'하는 행동을 통해 국보법이 폐지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을 굳게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적단체 구성·가입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장진숙 씨도 1개월이 넘는 경·검찰 수사 과정 전부를 묵비로 일관했다""며 ""이처럼 국보법을 무시하는 실천들이 국보법 폐지를 앞당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희망의 촛농을 만들고 싶다"", 한 시민의 백일기도
대구의 한 시민이 홀로 시위를 하고 있다.
회사원 조진석(27) 씨는 퇴근 후면 매일 밤 8시부터 9시까지 대구 국채보상공원의 달구벌대종 앞에 선다. '국가보안법 폐지·올바른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라는 글귀가 새겨진 피켓을 한쪽에 세워둔 채 촛불을 들고 벌이는 이 시위는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일이다.
조 씨는 ""국가보안법은 실정법의 외피를 쓰고 일반 국민의 생각을 제한하는 국가폭력의 상징이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대구 지역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했다고 생각해 아쉬워하던 그는 ""인권활동가들이 연말연시에 서울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뭔가 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추운 연말연시 단식농성에는 동참하지 못했지만, 이곳에서 내가 할 몫을 하기로 했다""는 조 씨. 그는 국보법 폐지·국가인권위 설치라는 소망을 안고 1백일간 '희망의 촛불'을 켜기로 했다. 그는 ""치열한 투쟁방식도 아니고 힘찬 구호도 없지만 인권이라는 화두를 시민들과 함께 풀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설 연휴도 거르지 않은 조 씨의 촛불시위에 대해 시민들은 이상해 하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들 중엔 음료수를 건네며 격려하는 사람도 있다. 시민단체들의 냉담한 반응과 추위가 그를 힘들게 하지만, 친구들과 시민들이 자신을 격려하며 시위에 동참해줄 때면 힘이 솟는다고 한다.
한편, 조진석 씨는 '대구인권센터 준비위원회'라는 이름 아래 인권단체를 설립할 준비도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양 측면으로부터 인권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는 조 씨. 그는 대구의 '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 하는 모임' 사무실을 임시 연락처로 삼고 있다. 지금 조진석 씨의 바램은 매일 밤 8시마다 대구의 많은 시민들이 달구벌대종 앞에 모여 '인권촛불'을 들고 희망의 촛농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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