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자료>통일을 저해하는 법령과 그 개폐문제(2)
내용
"3. 국가보안법 


① 국가보안법의 반통일성

국보법이 통일의 길목에 가로놓인 가장 큰 장애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국보법이 반통일법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것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면서 북한의 존재부터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보법의 존재 하에서는 기본적으로 통일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국보법이 반드시 북한과의 관계에서만 적용된 것은 아니다. 북한을 빙자하여 수많은 국내인사들이 북한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처벌받아 왔다. 북한이 현실적으로 대한민국의 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간첩을 처벌하는 형법이나 군사기밀보호법 등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② '문민정부'와 국보법

 새로운 정부의 정책으로서 국보법의 과감한 폐지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출범 이후 국보법의 폐지는 커녕 새로운 공안분위기를 조성하며 국가보안법이 부활하는 상황을 목도하게 되었다.


③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위한 노력

국보법 사건의 증대와 그 남용에 따라 그 개폐운동이 다시 활발해 졌다. 가장 먼저 법원에 의해서도 큰 도전을 받았다. 지난 95년 한해동안에도 여러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됨으로써 국보법의 남용이 견제를 받았다. 

95년동안 있었던 무죄 또는 위헌제청신청사건은 △부산지법의 국보법 위헌제청신청 △서울지법 항소1부의 이창복의장 무죄 △서울지법 항소3부 박치관 씨 무죄판결 △서울지법 항소5부의 진상호 씨 무죄판결 △부산지법의 주우열 씨 무죄선고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결은 예외적이며 상급심에 의해 어떻게 판단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사법부가 국보법의 남용에 확실한 견제판이 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편 야당은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끈질기게 주장해 왔다. 

94년 3월 민주당은 민자당으로부터 국회법사위에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보법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는 합의를 끌어내기도 하였다. 민자당의 무성의로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진 못했다. 재야 역시 김영삼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국보법 폐지를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④ 확산되는 국제적 개폐 압력

한국의 국보법 폐지에 열의를 보인 것은 정작 외국정부와 국제사회였다. 미국무성은 거듭하여 한국의 인권침해를 가져오는 국보법의 개정을 정식으로 요구하였다. 

94년도 미국무부 인권보고서도 인권악화의 원인이 되는 국보법을 지적하였다. 유엔 인권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에서도 거듭 국보법의 개폐가 긴요하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특히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 아비드 후세인씨의 국보법 개폐권고의견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정부의 민주화 주장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국제적 압력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⑤ 국보법 개폐의 불가피성

국보법의 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금품수수, 찬양·고무·동조 등 모든 조항이 냉전과 적대의 산물인 만큼 남북교류와 협력의 시대에는 양립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조항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인적 물적 교류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적성의 모호화: 국보법의 본질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낙인찍고 북한에게 유리한 일체의 행동을 금지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데 이미 시대상황이 더 이상 북한에게 유리한 행동을 완전히 금지할 수 없게 되었다. 북한을 전적으로 분쇄하고 고립화시키려면 남북교류 그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 남북교류의 명분 하에 이루어지는 현재의 교류가 불가피하게 북한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돕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제 북한을 이적시하고 이를 돕는 어떠한 행동도 범죄라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국가보안법의 전제는 무너진 셈이다.

·비밀성의 문제: 국보법은 국가기밀탐지, 수집, 누설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사법부는 국가기밀의 범위를 대단히 확산하여 두었기 때문에 사실상 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한인사와 접촉하는 어느 누구도 이 조항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남북교류와 협력의 과정에서 보면 상호간에 기업과 영업에 관한 정보, 그에 관련된 온갖 정치·경제·사회·문화 정보를 주고받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행위가  국보법에 의해 처벌받는 것이 된다면 이것은 북한과의 기업활동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된다.

현재의 국보법과 같은 기밀보호조항을 두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기밀의 개념을 극도로 제한하여 진실로 군사기밀 등 보호의 가치가 있는 정보만을 보호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조차도 과거의 모호한 국가기밀법을 88년 수정하여 이러한 국제적 수준에 맞추고 있다. 


⑥ 국민여론과 자신감

최근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태도는 크게 변화되고 있다. 93년 6월에 민족통일연구원이 국보법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를 보면 개폐론이 70.9%에 이르고 있었다. 

94년 12월 12일 공보처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조사한 바로는 남북경제협력의 촉진을 위해서는 남북한이 모두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72.2%로 압도적이었다.  


4. 통일촉진법령의 제정과 이행


① 남북기본합의서의 준수

남북한은 92년 2월 19일 남북한 기본합의서, 같은 해 9월 17일 부속합의서를 각각 발효시켰다.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서의 이행은 통일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이다. 


② 통일과정에서의 제조약의 준비

남북관계가 발전해 가면 갈수록 서로 다른 두 법률체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해결할 조약 마련등 정비작업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남북의 교류는 필연적으로 민사·형사·가사·행정상의 문제를 야기 시키고 그 해결을 위한 법제적 뒷받침을 요구한다. 남북기본합의서와 그 부속서는 사실상 남북교류의 기본적 법제가 될 수 있었다. 남북관계가 점차 심화될수록 법제정비의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6860
생산일자 1996-07-23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박원순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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