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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투쟁 26일째를 맞고 있는 대우정밀(부산) 해고자들. 이들은 폭우가 쏟아지던 26일에도 오전엔 인천 대우중공업 앞에서, 오후엔 서울 힐튼호텔 앞에서 예정된 선전전과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해서 해고자의 신분으로 볼 수는 없다. 94년 대우그룹 측과의 합의서에 따라 각각 대우조선, 대우건설 등 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우정밀해고자 복직실천 협의회(해복협, 의장 박종석) 회원들은 또다시 '복직'을 요구하는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미 복직이 됐는데 또 무슨 복직투쟁이냐' 물을 수 있겠지만,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94년 합의서에 따라 '계열사에서의 시한부 근무 뒤 원직복직', 즉 대우정밀로의 복직이다.
회사, 노조 약화 의도
박종석 의장은 ""명백히 합의된 사항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복직투쟁에 나섰다. 이번 사안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노사간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음으로써 노사간의 불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명분에서 앞서기 때문인지, 무려 한달에 이른 명백한 근무이탈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들은 직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임금도 지급 받고 있다고 한다.
회사측은 이들의 복직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작성한 합의서가 아니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해고자 복직에 따른 노조 조직력의 강화를 우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올 9월 있을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이들이 복직했을 때 이들에 의한 노조 장악은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회사측 방침이 대우그룹 차원의 노무관리 방향과 무관할 수 없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90년대 들어 대우그룹의 해고자 처리 과정을 보면, 복직을 시키되 계열사나 자회사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복직을 시키는 경향이 나타난다. 강성 노동자들의 현장 복귀를 일차적으로 저지함으로써 노조의 무력화 또는 약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을 받자는 게 아니다""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대우정밀 해고자 38명 가운데 서너 명을 제외한 전원이 원직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대우정밀로 돌아가려는 이유는 결코 더 높은 보수나 좋은 환경을 위해서라고 볼 수 없다. 현재 대우조선에 근무중인 박종석 의장은 ""복귀하면 임금은 오히려 낮아진다. 원직복직을 안하면 더 편하게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원직복직을 해야하는 것은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의 약속과 신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직에 복귀하겠다는 바램에는 계열사 근무에 따라 십수년간 닦아온 자신의 전문기술을 사용할 수 없는 낯선 작업에 배치되는 어려움과 동시에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생기는 애로점도 적잖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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