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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3시50분 서울지법 공판정 311호, 1백50여 개의 방청석 어디에도 빈 자리는 보이지 않고 가장자리 통로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같이 온 사람끼리도 선뜻 눈을 마주치거나 귓소리를 주고받지 않는 이상한 침묵이 흐르고, 가끔씩 마른 기침소리만 들려왔다.
정각 오후 4시, 재판부가 입정하고, 법대 아래 좌우에 검사와 변호인이 착석하자 공판은 속개되었다. 이날 공판의 15번째 피고인이 재판장의 호명에 따라 입정했다. 피고인 김모 충청총련 대의원(모대학 노어노문학과 4학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덥수룩한 뒷 머리칼 아래 귓부리가 한참 앳되 보였다. 국가변란을 꾀하는 어마어마한 조직 한총련의 대의원은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었다.
“피고인은 북한공산집단의 통일전선전략에 따라 결성된 범청학련의 지시하에 범청학련 남측본부가 주최한···”으로 시작되는 검찰의 추상(?)같은 직접신문이 높낮이 없이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러나 정작 몇 권의 사회과학서적, 한총련 대의원대회 자료집, 범청학련 남북해외 연석회의에서 박수를 친 사실이 있다는 피고인의 진술 따위가 북한을 찬양·고무한 증거의 전부일 뿐이었다.
검찰의 토씨 한자 틀리지 않은 신문내용은 이날의 마지막 피고인에 대한 직접신문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친북용공 사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무리하게 입증하기 위해 검찰측이 구체적 혐의사실의 적시 없이 장황하게 제시한 정황들이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첫 공판임에도 불구하고 62명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자 19명을 제외한 전원에 대한 구형이 이루어졌다. 징역6년의 중형이 구형된 1명을 제외하고는 전원에게 단기2년-장기3년, 3년의 징역형이 구형되었다. 선고공판은 10월29일 이루어질 예정이다.
한편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에 대한 구형은 변호인들이 검찰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전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10월29일로 연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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