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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는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국가인권위원회법안을 심의해 위원의 임기, 위원장의 국회출석 발언권 인정 등에 합의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소속당의 법안마저 부인하고 민주당안을 지지하는 등 국가인권위원회를 무력화시키는데 앞장서왔던 한나라당의 최병국 의원 등이 태도를 바꿔 법무부의 발언을 제지하고 나서는 등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법안심사소위는 민주당안, 한나라당안, 여야의원 95인이 공동발의한 법률안을 놓고 심의를 진행해 국가인권위원회를 소속 없는 국가기구로 하고, 인권위원의 임기를 3년으로 하며, 국가인권위 지방사무소를 설치하는 것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독립성과 실효성 보장의 핵심쟁점인 ‘상임위원의 수, 시행령 제정권, 인권위원의 면책특권, 조사방법과 범위’ 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소위는 30일 오전 다시 심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날 소위는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간 동안 심사했으나 검찰수사 등 다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종결한 경우, 인권위의 조사개시 후 수사가 개시된 경우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소위는 대체로 법무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국가인권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 공동대책위원회’(상임집행위원장 곽노현, 아래 국가인권기구 공대위)의 이창수 집행위원은 “소위의 분위기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 법무부가 여야 의원에게 로비를 할 것이 예상된다”며 “인권위의 전도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인권기구 공대위는 27일 성명을 통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한 졸속처리 움직임을 비판했다.
공대위는 “인권단체가 동의하는 인권위법을 만들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되풀이된 약속이 거짓과 빈말이 아니라면 민주당은 인권단체가 전면거부하는 민주당법안을 즉각 폐기하든가 대폭 개선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이어 “한나라당 법안과 인권단체의 지지를 받은 여야의원 95인이 제출한 법안을 존중해 인권단체의 비판적 지지를 받을 수준의 법안이라도 여야합의로 만들 것”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또 한나라당에 대해 “정치적 명분축적과 흥정거리 마련을 위해 독자법안을 제출한 것이 아니라면 행동을 통해 입증하라”며, “당리당략을 떠나 인권신장을 위해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가인권기구 공대위는 27일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윤기원 민변 사무총장, 최영애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김정숙 민가협 운영위원 등이 국회 정문 앞에서 ‘허울뿐인 개혁, 빈껍데기 인권위법안 반대’라는 글귀가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공대위는 28일에도 곽노현 공대위 상임집행위원장 등이 같은 장소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할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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