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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법(아래 인권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올해 안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설치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인권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던 올바른국가인권기구실현을위한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상임집행위원장 곽노현, 아래 인권기구공대위)는 이 법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어떻게 통과됐나?
30일 여의도는 팽팽한 긴장에 휩싸였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쟁점들을 남겨놓고 오전 8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아래 소위)는 여권내부의 사전 조율과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오후 4시 30분에야 열린 소위는 그러나 미리 ‘밀실’에서 합의된 결론에 따라 쇼를 하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이 마지막 심사소위에서 천정배 의원은 인권위원회의 조사권이 터무니없이 약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며 반발. 그러나 이 ‘반란’은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대거 몰려온 민주당 의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진압’되고 말았다. 저녁 8시부터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찬성 8표, 반대 7표, 밤 10시 국회 본회의에서도 찬성 137표, 반대 133표, 기권 3표로 ‘빈 껍데기’ 인권위원회법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무엇을 담았나?
이번에 통과된 인권위법에 의하면 위원장과 상임위원 3인을 포함하여 총 11인으로 구성되는 인권위원회는 △국가기관 등에 의한 인권침해행위와 차별행위 조사와 구제 △인권상황 실태조사 △인권교육과 홍보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또한 △위원장이 법무부와의 협의 없이도 시행령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이 일보전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인권위의 실효성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껍데기’법이라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직권남용과 독직폭행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종결된 사건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할 수 없게 돼 있는 점이 가장 큰 맹점으로 꼽힌다(32조 1항 5호). 또한 인권침해행위를 조사함에 있어 피진정인을 초동에 소환조사 할 수가 없으며 먼저 진술서 제출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함으로써 인권가해자에 대한 조사권한을 반감시키고 있다(36조 4항 4조). 이 밖에도 자료제출이나 출석을 요구받고 불응해도 최고 1천만원의 과태료만 내면 된다(63조). 게다가 참고인으로 불려가 거짓증언을 해도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분노와 좌절”
한편 인권기구공대위는 민주당 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본회의장 앞에서 성명을 발표, “여권은 법무부와 검찰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며”, “야권은 좀 나은 법안을 제출하였지만 관철의지가 없었다”면서 “정치권에 대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낀다”고 개탄했다. 인권위법에 대한 ‘전면 반대’를 천명한 이 성명서는 강한 어조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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