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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 친 가운데 거대은행자본의 횡포에 맞서 상복을 입은 법정관리업체 노동자들이 칼바람을 맞아가며 나흘째 외로운 쇠사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월 5일 정리해고 철회 및 고용승계, 매각 후 노조승계 등의 단체협약안 이행을 촉구하며 상경해 15일부터 명동 외환은행 본점 앞 길바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8명의 남선물산 노동자들이 바로 이들.
80년대 초까지 대구지역 섬유공단 내에서 매출액 1,2위를 다투던 남선물산이 섬유경기 악화로 부도처리된 것은 지난 84년이다. 이때부터 남선물산은 법정관리대상이 되어 외환은행에서 파견한 사장의 직할경영체제에 들어가게 되었다.
1천1백명이 2백50명으로
법정관리 이후 단 한 번도 시설투자나 경영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던 외환은행은 92년 말 남선물산 매각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전체 노동자 1천1백여명 가운데 2백여명을 희망퇴직시켰다. 이후 해마다 2백여명 이상을 감원시켜 96년 초에 이르러서는 재직중인 노동자가 2백5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꼬리를 무는 대량감원 조치에 위기감을 느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속속 결집, 올해 임금인상투쟁을 단결된 분위기 속에서 치루어 낸 기쁨도 잠시였고, 외환은행은 8월 18일 폐업을 예고하였다.
“체불임금과 퇴직금이나마 제대로 받으려면 당장 희망퇴직원을 내라”는 위협에 못 이긴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퇴사하자 외환은행은 그때까지 남아있던 1백여 명의 노동자들에게 이번에는 5.5개월 분의 해고수당을 제시했다. 8월 31일 끝까지 남은 노조위원장 등 20명에 대한 해고와 함께 폐업이 강행되었다.
폐업후 1백10일간 투쟁
이때부터 약 1백10일간 남선물산 정리해고 철회투쟁이 대구지역 노동단체들의 지지·지원속에 계속되었다. 그러나 파견사장을 앞세운 외환은행 측은 20여차례의 협상에서 매각방식이 법원 경매이므로 고용승계 등의 조건은 법률적으로 검토될 수 없다는 식의 진실성없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대구시측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긴 마찬가지였다.
현재 상복 차림의 남선물산 노동자들은 아무런 경영개선 노력도 없이 노동자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고, 제 잇속만 챙기려는 대자본의 횡포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을 작정이다.
농성장의 이길우 노조위원장은 “해고수당 몇 푼 더 줄테니 우리더러 돌아가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경기악화를 이유로 대량 해고는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대구지역 인근 섬유노동자의 숫자는 불과 4-5년 사이 2만5천명에서 1만2천명으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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