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계의 인권(7) 미래를 짓밟는 아동노동
내용
"나는 팔릴 때/눈물 흘리지 않는/ 상점의 물건이 아니예요./나는 어린아이예요./내가 팔린다면/내 생애 끝까지/눈물 흘려야 할/어린아이예요./난 삶의 이유를/갖고 있다고요./그러니, 제발 나를/알아 주세요.

타일랜드에서 섹스산업에 종사하는 한 여자 어린이가 쓴 이 시는 착취받고 학대받는 모든 아동의 감정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19세기 공장의 뒷골목에서나 있었던일로 아동노동을 생각하지만 아동노동은 분명 현재의 일이다. 


무엇이 아동노동인가?

국제노동기구(ILO)의 138호 조약에 따르면, 아주 제한된 예외사항을 제외하곤 15세 미만의 아동이 정기적으로 행하는 노동을 아동노동이라 정의할 수 있다.

아동노동은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을 저해하는 유해한 환경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 아주 헐값이나 무임금으로 이루어지며, 때론 부모의 빚에 팔려 강제·노예 노동의 형태까지 띠고 있는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아동노동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가난이 아이들을 일터로 내몰고 있다. 특히, 성인의 실업률이 매우 높고 어떠한 사회보장체계도 없는 지역의 가족은 아이들을 일하게끔 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는 더욱 치명적이다. 건강과 교육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는 아동노동은 탈출구가 없는 빈곤의 악순환을 낳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의 위기와 구조조정은 외채 위기와 함께 각종 사회보장 혜택과 프로그램의 후퇴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얼마나 일하고 있는가?

당사국과 고용주가 아주 민감해 하며 감추고 싶어하므로 아동노동관련 통계는 빈약할 수 밖에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추정으로는 20세기말인 지금 1억에 이르는 아동이 지구 곳곳의 작업장에서 착취당하고 있으며, 10-14세 아동이 그중 18%이상을 차지한다. 또다른 추정으론 2억에 이르는 15세 미만 아동이 노동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다. 

국제아동기금(UNICEF),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의 조사를 보면, 아동노동이 전세계에 걸친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선 10-14세의 5백7십만 아동이 의류공장이나 매춘산업에, 타일랜드에서는 2만-3만의 아동이 매춘산업에, 네팔에선 3백만 아동이 주요 수출품인 카펫트 제조에, 파키스탄의 1천만 아동이 벽돌공장과 농장에서, 필리핀에선 7백만이 넘는 아동이 매춘과 광산, 음식가공업에, 인도에선 1천7백만이 화약, 카펫트, 실크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거리아동의 대명사인 남미를 보자. 칠레에 1백만이상, 콜롬비아에 8십만, 도미니카공화국에 2십만, 브라질에 2백만, 에쿠아도르에선 14세 미만 아동의 40%가 일하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선 14세 미만 아동의 1/4이 일하고 있고, 미국과 카나다에서는 90년에만 4만건에 이르는 아동노동학대사례가 보고되었다. 아동매춘의 주요소비자인 유럽에선 자국민이 해외에서 저지르는 아동유린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낙타경주에 어린이는 죽고…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아동의 고사리손을 통해 코묻은 돈을 착취하고 있는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혹독한 구타는 말할 것 없고, 불충분한 영양과 장시간 노동으로 제대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리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거나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성인이 될 시기에는 치명적인 병에 걸려있다. 감금상태로 일하다가 탈출하면 지역경찰이 붙잡아 공장으로 되돌려 보낸다. 카펫을 짜다가 손가락을 잘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받는 치료란 성냥에 붙은 황을 상처부위에 쑤셔 넣고 불을 지르는 것이다. 피를 멎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그 목적은 치료가 아니라 소중한(?) 카펫트에 피가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장난감은 누가 가지고 노는 물건인가? 93년, 방콕의 한 장난감 공장에서 불이 나서 1백74명의 아동이 죽었다. 대부분이 13살 정도의 아이들이었다. 이 공장은 미국과 유럽시장에 내다 파는 장난감을 만들어왔다. 파키스탄에서 걸프지역으로 수출되는 어린이들의 일부가 낙타경주에 이용된다. 낙타의 목부분에 조그만 아이를 헝겊으로 매단다. 경주가 시작되면 아이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른다. 어린아이가 크게 울수록 낙타는 더 빠르게 달린다. 경주에 이기려고 더 작고 가벼운 아이를 매달기 위해서 밥을 잘 먹이지 않고, 떨어져 죽는 경우는 안중에도 없다. 매춘관광에 동원된 아이들의 연약한 살속으로 에이즈가 파고 들어가는 데에선 할말이 없다. 주요 아동매춘지의 호텔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14-18세 사이의 여아의 절반이 보균자로 밝혀졌다. 이런 일들이 결코 특수한 예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라는데 아동노동의 비극이 있다. 


성인은 일터에서, 아동은 학교에서

고용주들은 아동을 ‘민첩한’ 손을 가진 ‘특별한’ 노동자라 간주하지만, 아동을 착취하는 진짜 이유는 무기력한 아동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노동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협상을 할 수 있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뿐만 아니라 여타 형태의 기본적인 인권침해와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아동노동을 경제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로 생각한다. 진정한 경제발전은 성인이 일터에서 일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있을 때라야 가능할 것이다. 아동노동을 통해 극히 소수가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전체사회는 빈곤과 미발전의 악순환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미래를 위한 잘 훈련되고 교육받은 노동력을, 가장 소중한 미래인 아동을 희생함으로써 말이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7133
생산일자 1996-11-28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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