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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선 LG쌍둥이 빌딩의 위용 아래로 낡은 트럭 한 대의 모습이 초라하기만 하다. 검은 만장을 둘러친 트럭 안에는 하얀 한복 차림의 두 사나이가 힘없이 누워 있다. 벌써 31일째, 이동렬 성한기 씨는 이른바 아사투쟁을 벌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의 입장은 확고부동. LG그룹 회장실측은 ‘각 계열사별로 해결할 문제’라며 ‘간섭불가’ 입장. 성한기 씨가 다녔던 LG전자에서는 “해고된 것은 본인 잘못이므로 복직시킬 수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래도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냐”는 물음엔 “우리도 안타깝다”는 의례적 대답뿐이다. LG전자측은 9일 성 씨의 가족을 찾아갔다. 가족에게 전한 말은 “일단 단식을 끝내게 하고 대화로 풀어보자”는 것이었다. 언제나 듣던 말, 낡은 수법의 되풀이로는 사태 해결이 난망해 보인다.
이제 앉아 있기도 어려운 두 사람을 대신해서 동료 해고자 세 명이 수의를 입고 쇠사슬을 몸에 건 채 도로한복판에 나 앉았다. 동료들의 등 뒤에서 이동렬 성한기 씨는 물끄러미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차마 마주 대하기 어려운 시선으로…
의장 쓰러지고 이제는 부의장이… 전농 부의장 이장호
사람보다는 차량이 많이 다니는 국회의사당 정문앞. 그 담벼락 한 쪽에서 13일째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추곡수매가 12.3% 인상과 의료보험 통합을 요구하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단의 단식투쟁이다.
11월 28일 단식을 시작한 이수금(57) 의장이 열흘만에 쓰러졌고, 이 의장의 뒤를 이어 이장호(58) 부의장이 3일째 단식을 진행했다. 말이 좋아 농성장이지 농성장소에는 아무런 방한시설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마분지 몇 장으로 바닥 한기를 가리고 바람이나 좀 막아보는 게 그나마 전부이다. 조만간 정부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지만, 농림수산부(장관 강운태)는 수매가 3% 인상안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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