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인터뷰> 불법수사에 항의, 분신기도 김형찬씨
내용
"지난 5일 안기부의 불법연행 가혹수사에 항의해 분신을 기도한 김형찬(26 수원 경희대 유전공학과 90) 씨 사건은 안기부 불법수사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현행 안기부법상 병역법 위반, 국가보안법 제7조에 대한 수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안기부는 거침없이 불법수사를 벌였다. 현재 김 씨와 그의 가족은 안기부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준비중이다. 또한 전국연합 등 인권단체들도 권한남용죄, 불법체포, 감금죄 등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12일 오전 대치동 순화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인 김형찬 씨를 만나 보았다. 두팔과 하반신 전체에 3도 화상을 입은 그는 고열과 통증으로 밤에 거의 잠을 못 이룰 정도라고 한다. 


- 연행 당시 정황을 다시 한번 말해주었으면

= 후배 자취방에 있는데 안기부 직원이라고 밝힌 4명의 사람들이 다짜고짜 수갑을 채웠다. 항의하자, 때리면서 곧바로 신당 6동 파출소로 끌고 갔다. 그리고 사진 한 장을 내밀며 “너, 이재규(경인총련 의장 직무대행) 맞지 않냐!”며 다시 구타를 했다. 수사관은 왼쪽눈 옆 한부위를 주먹으로 10차례나 때렸는데 너무 아파 입이 벌어질 정도였다.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넘어뜨린 뒤 무수하게 발길질하면서 ‘무조건 불라’고 말했다. 묵비권을 행사하자 억지로 지문을 찍더니 ‘지문조회를 했으니 다 나올꺼다. 빨리 불어라’고 다시 협박했다. 지문조회를 통해 군도피 중인게 밝혀졌는데, 그것을 꼬투리 잡아 ‘1년간 뭐 했냐, 북에 갔다왔지? 간첩아니냐’고 했다.


- 경기도경 대공분실로 옮겨져 안기부 직원에게 변호인접견을 요청하며 들어주지 않으면 분신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던데 

= 3층 여자피의자실로 옮겨져 빨리 불라는 협박에 ‘변호사를 대달라. 그전에는 아무 말도 않겠다’고 하자 ‘웃기지 말라’고 반응했다.


- 당시 심정은 어땠나. 분신을 하면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가. 그 방법 밖에 없었나

= 굉장히 억울하다고 생각했다. 사진 한 장 갖고 오인해 무고한 사람을 때리고, 다시 꼬투리를 잡아 간첩으로까지 몰고 가는 것이 그렇게 억울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든지 사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은 생각을 했다. 창 밖으로 뛰어내릴까 생각도 했지만 쇠창살이 쳐져있어 불가능했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 최근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안기부법 개악 움직임에 대해 드는 생각은

=누구나 그걸 막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나서질 못했다. 진짜 막아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꼭 같이 막았으면 한다. 

김 씨의 가정형편은 그다지 넉넉한 편이 아닌데다 8주 진단에 2-3차례 수술하게될 상황이어서 병원비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의료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어 병원비만해도 월 1천2백만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희대 총학생회, 동문회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에 나섰는데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7201
생산일자 1996-12-12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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