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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권하루소식>은 12월17일부터 7일간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단체활동가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1백30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47개 문항 중에서 선정된 10대 사건들을 알아본다.
<설문 응답자 분포>
설문응답자 총수 130명
인권, 사회단체 활동가 66명
독자 40명
변호사(민변 소속) 24명
■ 영장실질심사제 도입, 인식구속 완화 기대
대법원은 97년부터 영장실질심사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이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정착시키겠다는 취지이다.
11월19일 대법관 회의를 통해 확정된 새로운 형사소송규칙의 골자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적용하며 △범죄의 경중보다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를 영장심사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결정대로라면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인신구속이 완화되는 등 인권신장면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룰 전망이다. 현재 연 13만명에 달하는 구속인원도 연 3만명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된다.
■ 고문방지조약등 최초보고서 심의
세계광장에서 진단한 한국인권
올초부터 한국의 인권을 진단한 국제사회의 권고안이 잇따랐다. 1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3월 유엔인권위원회, 6월 국제노동기구(ILO) 집행이사회, 11월 유엔고문방지위원회에서 나온 권고안이 그것들이다.
먼저, ‘유엔 어린이·청소년 권리조약’과 ‘유엔고문방지조약’에 대한 한국정부 최초보고서의 검토가 있었다는 데서 이 분야의 인권에 대한 전반적인 짚어보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인권교육실시를 포함하여 32개항의 권고안을 내놓았다. 유엔고문방지위원회의 권고안은 수사기관 종사자 및 의료인에 대한 고문방지교육 실시와 피의자 심문시 변호인 참여권 보장 등을 골자로 한다. 또한 제52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는 쿠마라 스와미 유엔특별보고관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법적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보고서’가 채택되어 관련활동에 활력소가 되었다.
■ 연세대생 노수석 씨 사망
문민정부 폭력성 여지없이 드러나
4 11 총선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연세대 노수석(법학 2년) 씨가 3월 29일 종로 일대에서 ‘교육재정 확보와 대선자금 공개’ 등을 주장하며 거리시위를 벌이던 중 경찰의 토끼몰이식 진압으로 인해 숨진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밝힌 최종 사인은 ‘심장이상에 의한 돌연사’. 그러나 당시의 여러 정황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경찰이 ‘시위학생 전원검거’ 지시하에 곤봉과 군화발을 동원한 폭력적 진압작전을 펼쳤음이 확인됐고, 그것이 노 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1차적 원인이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현장에 있던 경찰이 노 씨의 위독함을 호소하던 학생들을 연행하고 노 씨를 죽음 속에 방치한 사실은 문민정부 경찰의 비도덕성과 잔인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비록 언론의 축소왜곡보도와 정치권의 냉대 속에 노 씨 사망사건은 국민의 관심권에서 사라져 갔지만, 문민정부의 도덕성에 커다란 흠집을 냈다. 한편, 노수석 씨의 사망 이후 황혜인, 진철원, 박동학, 권희정 씨 등 대학생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어 잔인한 4월이 이어졌다.
■ 외국인노동자보호법 국회청원
성남 외국인노동상담소 김해성목사 구속
외국인노동자들의 쇠사슬 농성이 95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차례 치뤄졌다. 그리고 외국인노동자의 보호자 역할을 해온 성남 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김해성 목사와 양해우 사무국장등이 이들의 연행을 온몸으로 저지하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는 지난 8월말 현재 18만3천명을 넘어섰는데, 이중 60%이상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보인다.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속에서 이들은 대부분 3D업종으로 분류되는 영세한 사업장에서,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노예의 삶의 살아가고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유입은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전망이지만 이들에 대한 인권보호정책은 아무 것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세계화, 국제화를 강조하는 정부도 내년이 유엔이 정한 ‘이주노동자의 해’임은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문제의 해결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필요성에 동감한 5만6천5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가을 정기국회에서는 입법청원이 이뤄졌다.
■ 영화 사전심의 위헌 결정
사전심의 거부하고 열린 제1회 인권영화제
헌법재판소는 10월 4일 심의기관이 허가절차를 통해 영화 상영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표현물에 대한 검열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가 왜곡된 형태로 지속될 것을 우려했다. 사전등급 심사에 대한 규제나 비디오매체에 대한 사전심의 등이 시퍼렇게 눈뜨고 살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때를 같이해 11월 2-8일 제1회 인권영화제가 열렸다. 표현의 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인권의 이름에 걸맞게 사전심의를 거부한 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와 인간성 회복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의지를 보여준 총 32편의 영화가 상영되었다. 영화제는 서울만이 아니라 14개 지역도시 순례를 통해 3만여 관객을 만났다.
■ 최대의 범죄, 최소의 처벌
12 12 군사반란, 5 17 내란
지난해 5 18 특별법 제정을 전후로 구속된 전두환 노태우씨등 16명의 12 12 군사반란, 5 17내란의 주범들이 1심과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어 같은 법정에서 나란히 선 채 재판을 받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이 재판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전두환씨는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되었고, 노태우씨는 22년 6월에서 17년으로 감형되었다. 항소심 판결은 내란목적살인죄를 모두 인정하였고,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되어야 한다”는 사법판단을 명시한 점, 군사반란과 내란의 종료시점을 87년 6 29선언까지로 확대한 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해자 진술권을 단 1명만 인정한 반면 6 29 선언을 행한 전씨등의 공로(?)를 인정하여 이를 근거로 감형한 것은 정치적인 고려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5 18 광주 시민들에 대한 학살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도 하지 못했으며, 현장 지휘 책임자들은 기소조차 하지 않은 점 등 불완전한 점이 많았다. 따라서, 12월 16일 발족한 과거청산국민위는 이번 재판에서 제외된 가해자들에 대한 추가기소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 노동법 날치기 개악
정리해고제, 파견근로제등 노동자 압박
작년 11월 11일 민주노총 출범을 계기로 제3자 개입금지 철폐, 복수노조 허용,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 보장 등 노동관계법 개정요구가 올해들어 더욱 표면화되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요구를 반영이라도 하듯이 정부는 5월 8일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구성했다.
개혁을 앞세운 노개위 구성은 개악으로 끝나고, 10월 노개위는 노동법 개정안으로 정리해고제 도입과 복수노조 조항의 2천년까지 유보, 교직원 단결권 거부 등을 발표하였다. 이에 분노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연대 파업 움직임, 전교조 선생들의 단식농성 등 항의가 쏟아져 나왔다. 밀고당기기 끝에 정기국회 기간을 넘기는가 싶더니 신한국당은 임시국회를 소집, 12월 26일 새벽 기습적으로 노동법 개악안을 순식간에 통과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 부여간첩 김동식사건 희생양
박충렬 허인회씨 무죄판결
안기부는 지난해 11월 부여간첩 김동식의 진술만을 바탕으로 전국연합 박충렬 사무차장을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로 구속했다. 이어 서울경찰청은 새정치국민회의 당무위원인 허인회 씨등을 국가보안법상 불고지혐의로 긴급구속했다.
박충렬 씨는 안기부에서 22일의 수사기간 중 잠안재우기 고문은 물론 변호인접견을 불허당한 채 현장검증을 빌미로 야산등지를 끌려 다니며 집단구타등을 통해 자백을 강요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결국 박 씨의 간첩혐의를 입증하지 못하자, 국보법 제7조 1항(찬양, 고무) 5항(이적표현물 소지등) 혐의로 기소하기에 이른다. 그뒤 7월 서울지법 형사9단독(유원석 판사)은 증거불충분으로 박 씨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또한 같은 재판부는 11월 허 씨에게도 무죄판결을 내렸다. 김동식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으며, 허 씨의 알리바이가 입증되었다는 이유에서 였다.
■ 세계가 경악한 연세대 사태
최대 구속, 성추행 기록
연세대사태는 매년 되풀이되던 통일행사를 정부가 공안탄압의 빌미로 활용하기 위해 강경진압에 나서고 이에 맞서 학생들이 행사를 강행함으로써 증폭되었다. 정부와 경찰은 학생들이 자진해산하겠다는 것도 막고, 한총련의 발본색원을 주장하며 봉쇄시켰다. 연세대 사태는 단일 시위 사건으로는 최대의 연행자를 낳았다. 이 사태로 연행자는 총 5천8백48명이었고, 이중 4백65명이 구속, 3천3백38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본권인 의사표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뿐만 아니라 전 과정에서 폭행과 성추행, 강압수사 광범하게 자행되었음이 이후 인권단체들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다. 10월 국민회의 추미애의원은 여학생들에 대한 경찰의 성추행을 폭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학생들이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정부는 안기부, 경찰 등 유관기관들로 ‘한총련 좌익사범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하였고, 대학내의 문화집회마저 방해하는 등의 공안탄압 정국을 조성해갔으며, 이런 추세는 내년도 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권유린 날개 단 안기부법 개악
■ 불법수사 항의 김형찬씨 분신기도
연세대 사태, 깐수 사건, 강릉 잠수정 침투사건 등을 계기로 안보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 8월부터 안기부법과 집시법의 개정 작업에 나섰다. 정기국회에서 안기부법 개악을 기도했던 신한국당은 야당의 육탄 저지로 이를 처리하지 못하자 12월 23일 임시국회를 개회한 뒤 26일 새벽 6시경 여당 국회의원들만으로 단독 강행처리했다.
이번 안기부법 개정은 93년 안기부의 위상과 역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안기부의 수사권에서 제외했던 국가보안법 제7조(고무 찬양죄)와 제10조(불고지죄)에 대해서 안기부가 이에 대한 수사권을 갖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충렬, 허인회씨가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경희대생 김형찬씨 사건이 터지면서 안기부의 수사권 확대에 대한 광범한 반대 여론이 일어났다.
안기부법의 개악으로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안기부에 의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인권의 후퇴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 96년 인권침해자 >
* 모두 14명(수사기관 포함)의 이름이 거론되었으며, 가장 많이 지명된 이름은 다음과 같다.
① 김영삼 대통령
② 박일룡 전 경찰청장
③ 안기부
이밖에도 성추행사건으로 널리알려진 ㅅ중학교 교장, 안기부법 개악에 앞장선 정형근 국회의원, 검찰 경찰등이 거론되었다.
< 96년 인권옹호자 >
* 18개 개인과 단체가 거론되었으며, 다수 지명된 이름은 다음과 같다.
외국인노동자 인권보호를 위해 힘쓴 김해성 목사/ 박시환 판사 및 사법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정폭력방지법 제정에 힘쓴 이종걸 이찬진 변호사/추미애 의원
<96년 인권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올 한해는 작년 연말 범민련 관련자들의 무더기 구속과 소위 간첩 김동식사건으로 인한 박충렬 허인회 씨등이 불고지혐의로 구속되는 등 공안한파를 호되게 맞으며 시작된다. 많은 사건들이 4월 국회의원 선거 속에 파묻혀 버렸고, 이수성 국무총리의 좌경엄단 발언을 전후로 대규모 조직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그리고 한총련 사건, 그리고 하반기는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시도로 밀고당기는 긴장감 속에서 새벽 신한국당의 날치기 통과로 국민에게허탈감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1백30명의 독자들이 가장 많은 표를 준 96년 톱뉴스는 ‘노동법 개악’ 시도이다. 또한 비록 10대 뉴스에는 속하지 못했지만 정부의 통합전자주민카드 시행방침에 맞서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정부통제 강화를 우려하는 전자주민카드 저지운동과 8.15 특사에서 양심수 배제, 청와대 밀가루북송사건으로 인한 시사저널 기자의 영장기각, ㅅ중 교장의 여학생성추행 사건, 가정폭력방지법 국회청원 등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변호사그룹의 경우 97년 1월부터 영장실질심사제 실시, 영화법 위헌결정 등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으며, 인권 사회단체의 경우 안기부법 개악, 독자의 경우 노수석 사망, 연세대사태, 노동법 개악 등을 꼽았다.
다가올 97년도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듯이 대선을 앞둔 시국 공안사건과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폭넓은 인권소식과 소외된 목소리를 전달하는데 힘쓸 것을 약속드린다.
-편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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