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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진압작전이 끝난지 나흘이 지났다. 연일 부상당한 전경들의 이야기와 연세대가 입은 피해액 등이 보도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희생자인 학생들이 당한 피해의 내용은 전혀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민변, 민가협,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연세대 사태 인권피해 신고센타’에 접수된 내용만으로 짐작하자면,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에서 학생들에게 가해진 인권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학생들에게 가해진 인권탄압 실상에 대한 조사와 발표가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지하실에서 3일간 구타
경찰이 학생들에게 가한 인권탄압은 크게 두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연행.조사과정에서 벌어진 구타와 성희롱 및 조작수사에 의한 구속남발이다.
20일 진압작전에서 연행돼 중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최 아무개(25, 여) 씨는 “연행당시부터 중랑서 보호소에서 나올 때까지 남녀 84명 모두가 계속해서 구타당했다. 특히 전경의 의식불명 소식이 보도된 이후 더 심하게 맞았다”고 밝힌 뒤 “한 남학생이 구타에 항의하자 남학생들을 모두 지하실로 데려가 3일내내 때렸으며, 전경들이나 식당 아주머니로부터 남학생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구토증세를 보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제보해 왔다.
최 씨에 따르면, 경찰은 부상중인 연행자에게 치료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는 “병원측으로부터 ‘무릎을 꿰매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여학생에게 소독만을 시킨 채 경찰서로 연행했다”며 “통증을 호소하자 ‘나가서 해라’는 말 이외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최 씨는 경찰이 속옷을 검사한다는 이유로 속옷을 들추게 한 사실도 전해 왔다. 현재 경찰의 성희롱은 컴퓨터 통신을 통해 계속해서 사례가 제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쇠파이프 주고 사진 찍어
서울대 1학년 김 아무개(20, 남) 씨의 경우는 조작에 의한 구속여부로 의혹을 사고 있는 사례이다. 김 씨의 사례를 제보해온 학교 동료에 따르면, 김 씨는 통일행사 기간 동안 사수대가 아닌 본대에 소속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님과의 면회시 김 씨가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쇠파이프를 쥐어 주고 사진을 찍은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함께 구속된 6명의 남학생 모두가 같은 경우라고 김 씨는 전했다고 한다.
지나가던 시민도 구타
통일행사에 참석한 뒤 연행되었던 학생들 외에, 시위를 한 사실도 없는데 신촌 주변에서 불법 연행돼 경찰폭력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 아무개(한신대 2년) 씨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아주머니는 “아들이 18일 오후 약속 때문에 신촌에 갔다가 연행된 뒤 3일만에 풀려났다. 아들은 풀려날 때까지 48시간 동안 계속 구타를 당해 안경이 깨지면서 눈부위에 피멍이 들었고 양무릎이 깨졌으며, 현재도 밤마다 헛소리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해 병원치료를 받는 중”이라고 전해 왔다.
공포감에 제보 못해
현재까지 민가협엔 20건에 이르는 피해사례가 접수됐다. 당사자의 직접 제보 외에 주변 사람이 제보해 오는 경우도 많았는데,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본인에게 연락을 취하면 피해당사자 대부분이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찰이 잡아갈지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민변에는 구속학생의 변호인 접견을 요청하는 신청인들이 줄을 이었다. 찾아온 부모와 친구들은 한결같이 자식의 억울함, 동료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접견신청서를 작성하고 돌아섰다.
인권침해 실상 보도해야
이번 사태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 사례가 널리 알려지고 이를 통해 경찰의 폭력성이 사회문제화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관련된 문제라는 특성 외에도 언론이 일방적으로 경찰편을 들면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동정론마저 얼굴을 내밀기 무서운 상황이다. 그러나, 경찰에서 가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TV화면에서 얼핏얼핏 비친 경찰의 구타장면으로 미루어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실상이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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