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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5일 일선 경찰에 “무분별한 검문을 지양하고 검문자는 반드시 소속·성명 및 검문 목적을 고지토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경찰청은 또 “의심나는 소지품에 대해서는 본인 스스로 제시토록 해 오해의 소지를 불식시키고, 특히 여성의 경우 위압적 표현이나 몸싸움 등 신체접촉을 피하도록 했다”며 “법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 인권침해 사례가 없도록 일선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올해 들어 불법 불심검문에 대한 피해소송이 잇따른 데다, 불법 검문에 대한 언론의 눈초리 역시 따가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5일 법원은 불법검문 및 강제연행·구금과 관련, 국가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대학생에게 승소판결을 내렸으며<본지 10월 22일자 참조>, 최근 동아일보와 문화일보는 사설을 통해 경찰의 불심검문 관행을 비판한 바 있다.
동아일보는 11월 4일자 ‘마구잡이 검문에 쐐기’라는 사설에서 “경찰의 마구잡이 검문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경찰관이 젊은 여성을 붙잡고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모습은 직무수행인지 희롱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라고 비난했다. 문화일보 역시 11월 3일자 ‘불심검문과 인권’이라는 사설을 통해 “불심검문이 경찰관의 편의대로 이루어지며 당하는 사람의 입장은 무시되고 있다. 경찰의 눈에는 모든 시민이 범죄인처럼 보이는가”라며 경찰의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법대로’ 지시, 면피용 불과
이처럼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검문’을 지시한 것은 일견 바람직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번 지시를 내린 배경에 대해 “국가에 대한 배상금 지급 신청 및 원고 일부 승소판결 사례가 있는 등 인권침해 시비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힘으로써 이번 조치가 불법 불심검문 관행의 근본적 개선을 목적한 것이라기보다, 피해소송에 따른 잡음과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임을 시사하고 있다.
심지어 불심검문으로 인한 인권침해 시비에 대해 경찰청은 단지 “검문검색 요령의 미흡” 때문이라고 언급하는 등 반성은 없고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번 경찰청의 지시가 실질적 효력을 가질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불법 불심검문에 대한 인권단체들의 비판이 고조되던 지난 4월, 서울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내려보내 ‘친절검문’을 강조하기도 했으나, 그후로도 불법 검문의 관행은 전혀 시정되지 않아 왔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이날 경찰청의 지시와 관련, “경찰은 형식적인 지시나 공문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하지 말고, 경찰의 잘못된 관행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일선 경찰과 전경들에 대한 실질적인 인권교육 △불심검문 실태에 대한 현장 조사와 분석에 따른 시정조치 △불심검문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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