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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노숙자들이 대거 ‘희망의 집’(노숙자 쉼터)으로 옮겨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까지 서울역 지하도를 비롯한 서울 시내 곳곳에 최소 3백명 이상의 노숙자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노숙자 다시서기 지원센터’는 지난 9월 21일부터 11월 7일까지 서울역, 용산, 영등포 등지의 노숙자들을 상대로 집중상담을 벌인 결과, 1천7백68명이 ‘희망의 집’에 입소했으며 그 가운데 3백17명이 퇴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노숙자들을 위해 운영되는 ‘희망의 집’은 모두 90여 곳에 달한다.
노숙자 지원센터의 김성주 씨는 “현재 3백명 가량의 노숙자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며, ‘희망의 집’에서 퇴소한 사람 가운데 직업을 구해 퇴소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음주로 인한 강제퇴소나 무단퇴소”라고 밝혔다.
노숙자 지원센터 등은 현재 남아 있는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야간상담을 벌여 입소희망자를 가려내고 있지만, 노숙자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희망의 집’ 입소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희망의 집’ 입소를 거부하는 까닭에 대해 노숙자들은 “자유가 없고 단체생활의 불편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숙자 ㄱ씨는 “희망의 집에서는 술을 먹을 수도 없고, 단체생활을 하다보니 잦은 마찰과 싸움이 벌어져 적응하기가 어렵다”며 “차라리 노숙을 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그는 “노숙은 ‘벗’이 없으면 견디기 어렵다. 노가다 일당을 받으면 그것으로 일 못 나간 ‘벗’들과 나눠먹는다. 같이 술도 먹고 밥도 먹는다. 추위 때문에 잠자리가 불편하지만 나는 희망의 집에 입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노숙자 ㄴ씨는 ‘희망의 집’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을 입소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그는 “희망의 집에서 소개하는 공공근로사업에 나가봤자 주급 14-5만원을 받는데, 그것으론 다시 일어서기가 어렵다. 국가에서 단돈 50만원이라도 융자를 해준다면, 리어커라도 끌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서울역의 노숙자들 가운데엔 ‘희망의 집’ 입소를 원하면서도 입소를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숙자 ㄷ씨는 “몸도 안 좋고 추위도 심해져 희망의 집에 입소하고 싶지만 ‘입소원서’가 없다는 이유로 입소가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숙자 관련단체들은 지방상경자와 위장노숙자들을 구별해낸다는 이유로 입소원서를 발부한 바 있는데, 이를 분실한 노숙자들 또한 ‘증명이 안된다’는 이유로 입소가 안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노숙자 지원센터는 “야간상담의 경우, 입소원서가 없어도 희망자들을 입소시키고 있다”며 야간상담에 응해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노숙자 지원센터의 김성주 씨는 “계속되는 상담을 통해 상당수가 희망의 집에 입소하고 있지만, 새로 유입되는 노숙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노숙자를 모두 없애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필요한 것은 노숙자들이 자활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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