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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이 존중되고, 권력이 덧씌운 강압적인 굴레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 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는 꽃을 피운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의 삶의 영역 곳곳에서는 국가권력에 의한 자의적인 인권 침탈이 활 개를 치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집회현장에서, 거리에서, 파업현장에서, 경찰서 조사실에서, 그리고 교정시설 내에서 물리력을 독점한 권력기관이 자행하는 마구잡이식 연행과 강제 진압, 강압 수사, 가혹한 징벌 등으로 생명과 자유를 위협받고 있다. 용의자를 검거하고 연행하 는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르는 구타나 총기남용의 문제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 보안법의 횡포에 의해 몇 년간 수배자로 떠도는 사람들, 국가가 승인한 안전선 안에서 '자기검열'의 가위질을 해야 하는 사람들,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 한 '죄'로 감옥행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의 존재 역시 우리 인권의 현주소를 잘 말해준 다. '불온', '유해', '음란' 등의 자의적인 딱지에 의해 각종 표현물과 단체들의 행동이 자의 적으로 제약되는 현실도 여전하다. 더욱이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열 손 가락 지문을 채취하는 것도 모자라, 각종 신상정보와 유전자정보까지 수집·집중시키려 는 시도들도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반면, 이들 자의적인 권력의 횡포를 제어하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옹호할 수 있는 보 호막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새 정부는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비 롯한 국제인권기준에 따라, 삶의 영역 곳곳을 침탈하고 있는 고삐 풀린 권력의 횡포부터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한다. 자유를 억압하는 반인권적 제도와 법률, 관행부터 손질하는 일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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