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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령이 내려진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농성중인 명동성당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야 한다. 명동성당에 기도하러 가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도 성당에 들어가려는 문정현 신부도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 검문이유를 물으면 “단병호 위원장 비슷하게 생겼다”며 ‘무조건’ 신분증을 보일 것을 강요한다.
민주노총이 지난 9일 ‘불심검문 대응지침’을 마련해 경찰의 공공연한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월 29일 단 위원장이 경찰의 검거령을 피해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시작한 후 명동성당을 출입하던 민주노총 조합원 및 사회단체 회원 그리고 명동성당의 나이 지긋한 할머니 신도 등에게도 무차별로 검문하자 이를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민주노총 사이트(www.nodong.org)에 소개된 ‘대응지침’에는 불심검문을 하려고 할 경우 “경찰에게 먼저 불심검문의 목적과 이유를 묻고, 자신이 ‘범죄인 혹은 범죄행위를 아는 자라고 판단되는 합리적인 이유’를 대지 못하면 검문을 거부해도 된다”고 밝혔다. 경찰이 “‘명동성당에서 요구해서’ 혹은 ‘민주노총 때문에’라는 말도 이유가 될 수 없으므로 검문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대응지침’은 “신분증과 소속, 이름을 대지 않고 검문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소속과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하여 반드시 그 내용을 적어 두라”고 강조했다. ‘지침’은 또 구속영장이나 본인의 동의 없는 임의동행은 불법이라고 강조한 후, 만일 경찰이 강제로 끌고 갈 경우에는 구속영장 등을 요구하고 구속영장을 제시하지 않으면 임의동행할 의사가 없는 한 거부하라고 밝혔다. 또 “불심검문은 ‘질문’하는 것이지 수색하는 것이 아니”라며, “수색영장의 제시 없이 소지품 검사나 가방을 뒤지는 행위는 불법이므로 거절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대응지침’은 “무차별 불심검문과 강제연행은 법률에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공무집행이고, 이는 형법상 불법체포감금죄(형법 제124조) 내지 직권남용죄(형법 제123조)에 해당”하며 “(경찰이) 상해를 입힌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고 “불법적인 검문검색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민주노총은 ‘불심검문 대응지침’을 A4 용지 한 장에 들어갈 분량으로 편집해 조합원들이 프린트해서 소지하고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민주노총 사무총국 박인서 씨는 “그 동안 명동성당에 ‘그냥’ 신분증을 보여주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히고 “‘대응지침’을 계기로 경찰의 불법행위를 그대로 묵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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