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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조 : 모든 사람은 생명, 신체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
제3조는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에 대해 명시하고 있는 조항이다.
생명이 없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권리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따라서 생명에 대한 권리는 원초적인 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인류는 세계인권선언 제3조에서 생명권을 명문화함으로써 국가와 국제사회가 자신의 의무로서 생명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생명권은 또 국가가 함부로 개인의 생명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대 국가적’ 방어권의 성격을 지닌다. 이를 구체화한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조약’ 6조는 “어느 누구도 자의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설령 실정법에 의해 생명을 박탈했다 하더라도 보편적으로 정의롭지 못하다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인권의 역사는 한발 더 나아가, 어떠한 근거에 의해서도 생명을 박탈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선언제정 후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제사회는 여전히 전쟁, 민족분쟁, 실종, 고문, 공적·사적 테러 등 집단 폭력행위가 끊이지 않는 것을 목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소중한 목숨들이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우리 나라의 경우엔 안타깝게도 헌법에서 생명권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돼 있지 않다. 헌법학자들은 명문 규정이 없어도 생명권은 당연한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0년을 돌아볼 때 70년대 인혁당 사건, 80년 광주에서의 학살 등 국가권력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국민의 생명권을 박탈했는지는 많은 설명이 필요없다. 또 최근의 경찰 총기남용사례들도 엄연히 국가에 의한 살인의 일종이며 생명에 대한 경시 풍조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법의 이름으로 살인을 정당화하는” 사형제도를 존속시키고 있다는 점은 국가가 생명권 보장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더욱 의심케 한다. 지난해 23명이 사형 집행된 데 이어 올해에도 3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사형 대기 중에 있다. 일각에서 사형제도는 타인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일 뿐 아니라 유사한 범죄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며 옹호의 논리를 펴고 있지만, 현실은 그 반대를 입증한다. 미국의 경우, 사형선고는 계속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흉악범죄의 숫자는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는 사형 집행 직전 진범이 잡혀 무죄로 풀려나는 일이 발생함으로써 사형제도폐지 주장이 세를 더해가고 있다.
한편 최근엔 기아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도 생명권의 문제로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는 곧 생계·주거·교육·환경·건강권 등 사회·경제·문화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을 요구한다.
제3조에서의 ‘신체의 자유’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신체의 안전성과 자율성을 제한 또는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고문(제5조), 자의적인 체포·구금 및 추방(제9조), 거주이전의 자유(제12조) 등 21조까지의 자유권적 기본권의 전제로서 의미를 갖는다.
[ 제4조 : 누구도 노예나 노예상태에 놓여서는 안 된다. 노예제도와 노예매매는 어떤 형태로든 금지된다. ]
노예제도에 대한 금지는 세계인권선언의 제정에 앞서 이미 국제사회에서 노력을 기울여온 문제다. 1926년 노예협약이 국제연맹에서 체결됐고 1930년 ILO(국제노동기구) 조약 29호는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했다. 세계인권선언 제4조는 노예제도 및 매매 금지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4조에서 노예제도만 금지하고 있을 뿐 더 포괄적인 강제노동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됐고 이는 이후 시민·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8조에서 강제노동금지를 명문화함으로써 보완됐다.
노예제도는 인류의 오랜 노력 끝에 ‘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현대판 노예제도라 불릴 수 있는 노예제도적 관행은 여전히 남아있다. 1956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노예제도, 노예매매, 노예제와 유사한 기구와 관행 폐지를 위한 보충협약’에 따르면, 아동노동, 노예적 형태의 결혼, 채무노예 등이 현대판 노예제도의 유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예적 형태의 강제노동이 음성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난 96년 페스카마호 선상살인사건은 원양어선에서의 노예노동을 대표적으로 고발하는 사례다. 87년 형제복지원, 98년 양지마을 사건들도 사회복지시설 내 강제노역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 헌법 12조는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강제노역에 처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많은 취약집단들은 여전히 법의 보호망 밖에서 강제노동과 가혹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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