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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단체와 여성단체, 산업재해 희생자 그룹과 그 지원단체들이 지난 2년 간 홍콩에서 벌여온 ‘완구산업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국제 캠페인’에 관해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세우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방글라데시, 대만, 태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모두 8개국에서 30여명이 참가한 이번 국제회의는 1월 9~12일 나흘 간 홍콩 장애인협회센터에서 각 나라별 보고와 산재자들의 증언으로 진행되었다.
완구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지난 93년 5월과 10월, 태국의 캐이더 완구 공장과 중국의 심천 완구 공장에서 작업 도중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수백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하고 부상당한 사건에서 비롯된다. 이 두 공장은 모두 홍콩 자본 투자에 의해 설립된 공장으로 국내외 산업 안전 기준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인 사고였다. 홍콩 노동 인권단체들은 이 때부터 태국 노동단체들과 함께 홍콩의 해외투자 기업에 관해 모니터링을 해왔으며, ‘孩子們不需要染血的玩具’ 즉, “우리의 아이들은 노동자들의 피로 물든 장난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백화점 앞에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완구를 사러 오는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사는 완구가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조건에서 노동자들이 만들었는지, 화재 참사 사진 전시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또한, 홍콩 투자자들에게 ‘완구공장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관한 사회헌장’을 받아들일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개도국 노동자 산재문제 부각
한편, 급속한 경제개발을 목표로 외자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가에 최근 들어, 완구 뿐 아니라 여타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데, 태국도 예외는 아니다. 대부분 노동집약적인 산업에 종사하는 수출자유지역 내 여성 노동자들에게서 직업병이 대량 발견되고 있고, 안전 조치 미비로 화재사건이 발생한다고 「여성 노동자들의 벗」의 간사 ‘번딧 판와이저씨’는 보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문제는 놀랍게도 선진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프랑스의 보고에 따르면,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노동자 복지 문제는 소홀히 하면서 노동강도는 어느 때보다 높아져 80년때까지 줄고 있던 산재자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따라서, “완구 캠페인과 같이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경제적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그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하나의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일본 ‘직업 안전 보건 센터’의 ‘모또꼬’씨는 강조하였다.
이같은 캠페인은 홍콩뿐 아니라, 선진 개발국가에서도 진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개발국가에서 경쟁력을 잃은 산업부분이 중국을 비롯한 인도네시아, 태국 등 개도국으로 이전하였고,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미 투자가들이 사회단체들의 힘에 밀려 사회헌장을 받아들였으며, 이제는 헌장의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기구의 구성인을 가지고 시민단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일본도 6개 단체들이 모여 일본 투자 외국의 완구 노동자 상황을 모니터하는 캠페인 그룹을 조직하였다. 홍콩단체들은 여기에 고무받아 때마침 96년 1월 홍콩에서 완구 기업가들의 회의와 전시회가 있는 것을 호기로 삼아 이번 국제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다국적기업에 압력 가해야
한국 또한, 완구 공장들이 대거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으로 옮겨갔으며, 총 노동자 1300여만명중 500여만명이 아직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렇듯 자본에 대항하는 캠페인이 아직은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화 시대에 노동과 시민.환경.소비자 단체들의 상호 협력 하에 다국적기업에 대한 압력을 가하는 공동 캠페인을 조직할 수 있기만 하다면, 우리도 인권과 노동권을 존중하도록 기업을 강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아시아 각 국의 기대가 큰 만큼 노동분야에 서 국제연대의 폭을 넓혀야 할 것이다.
김은영(참여연대 해외진출기업문제 특별위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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