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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씨는 수배로 은신중임에도 매일 육아일기를 썼다. 가족과 아이에 대한 사랑을 엮어가던 이 육아일기는 95년12월3일로 끝난다. 12월4일 고씨가 은신처에서 구속되었기 때문이다.
3일(일)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구나.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쓴 것도 그렇고 아빠가 오랜만에 좀 밝아지셨어. 여전히 힘드시지만 너와 엄마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 주시기 위해 힘쓰는 모습이 역력해서 엄만 너무 고마웠단다. 내일도 계단 오르내리기를 계속 하자꾸나. 그게 나중에 엄마와 너를 덜 힘들게 해준다나 봐.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니? 내일부터 당분간 아빠를 못 보게 될지 몰라. 조심을 좀 하셔야 하거든. 엄마랑 너는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성실하게 살아가자. 그것이 너를 사랑하고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그러다 보면 일은 차츰차츰 풀려 갈 거야. 아빠가 주신 여유가 좀 있으니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 그때 이야기하렴. 마지막으로 뼈도 더 튼실하게 가꾸고 피도 더 맑게 하고 운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할 테니까 먹고 싶은 것도 많을 거야. 착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우리의 생활을 꾸려보자꾸나. 잘 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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