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세계의 인권 (3) 사형제도-그러면 정부는 누가 죽이나요?
내용
"죽어 마땅한 죄는 무엇인가? 또 누가 죽일 자격을 가졌나?

95년 41개국에서 2천9백31명 사형
사형폐지국 1백개, 존속국 남북한 포함 94개
사형제도는 국가에 의한 또다른 살인행위

“이 영화를 만들면서 죽음에 관해 많이 생각해야 했지만 결국에 다다른 물음은 누가 죽을 만한 사람이냐가 아니라 누가 죽일 자격을 가졌냐였어요. …내 5살난 아들에게 사형에 대해 설명했더니 그 애가 묻잖아요. “엄마, 그러면 정부는 누가 죽이나요?” 

미국 여배우 수잔 세런든이 미국의 사형제도를 정면으로 다뤘다하여 화제가 된 자신의 영화, <데드맨 워킹>의 개봉을 앞두고, <옵저버>지에 털어놓은 소감이다.

나라 사이에 맺은 약속인 여러 인권조약 속에서 ‘생명권’의 향유는 앞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인권선언 3조(사람은 누구나 생명 및 신체의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 6조 1항(이 권리는 법률에 의해 보호받는다. 아무도 그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와 제2선택의정서, 유럽인권조약과 제6선택의정서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생명권’의 보장을 위해 사형제도의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여러차례 표현하였다. 71년과 77년의 유엔총회 결의가 있었고, 82년 유엔인권위원회는 ‘생명권을 진정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사형폐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논평을 낸 바 있다.

왜 사형은 필요한가? 죄 값을 치뤄야 하니까, 본보기가 있어야 하니까, 사회 안전을 위해? 
한 번 반대로 물어보자. 죽어 마땅한 죄는 무엇인가?

대부분은 살인죄이지만 각국의 답은 다르다. 

중국에선 세금을 속인 죄, 포르노를 제작·배포한 죄, 문화재를 도굴한 죄 등이 적용대상에 든다. 미국은 대통령 암살기도, 스파이, 약물거래 등 비살인죄에 해당하는 60여가지 이상의 범죄를 94년 사형적용가능 죄로 연방법에 추가했다. 파키스탄에선 14살난 소년이 이슬람사원에 낙서를 하여 사형을 선고받았다. 신성모독죄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사형을 통해 얻으려는 주요 이익은 ‘범죄의 억제’이다. 

작년 11월2일 김기환씨를 비롯한 19명이 처형되었다. 지존파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심했던가? 어떤 연구도 사형과 범죄율간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 못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조사에는 88년 유엔이 주도한 연구가 결론짓기는 사형이 종신형보다 더 큰 범죄억제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찾는데 실패했다. 범죄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예지만, 위협적인 사형이 과연 정치적 동기를 가진 행위를 억제할까?

사형은 정치적 반대자의 영원한 침묵을 위해 제거의 수단으로 자주 이용된다.

95년 11월10일 나이지리아 정부는 소수민족의 생존을 위한 운동지도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캔 사로 위와와 동료 8명을 처형해 국제적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사형은 자의적이고 차별적이다. 미국에선 살해된 흑인과 백인의 피해자 수는 거의 같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그 범죄의 피해자가 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94년에 처형된 사형수의 88%이상이 백인을 살해한 혐의였다. 그리고 그 범죄자는 대부분 흑인이다. 가난한자, 인종·민족적 소수자에게 사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은 선입견과 실수할 약점을 안고 있는 모든 사법제도의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그러나 사형의 경우 심각한 문제는 그 실수를 회복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데 있다.

87년 미국에서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1900년에서 85년 사이에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3백50명이 결백했다. 그중 얼마는 간발의 차로 처형을 면했지만 23명은 실제로 처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지속, 재도입하려는 정부는 종종 여론투표를 이용한다. 한 예로 일본정부는 94년 11월 사형에 관한 여론투표결과를 발표한 후 12월, 1월에 2명의 사형을 집행했다. 3천명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이 투표에서 73.8%가 사형을 지지하였다. 그러나, 인권존중은 결코 여론에 의지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사형에 관한 태도는 사실에 관한 지식 정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 사형폐지론의 주장이다.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우선 국가가 사형에 대한 어떠한 권리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권은 인간의 본질적인 권리로서 다른 어떠한 법익과의 비교형량을 인정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방법은 교수형이고, 전기의자, 가스실, 독약투여는 미국에서만 사용한다. 그밖에 총살, 척추신경을 끊어버리는 가로떼, 단두대, 공개처형, 그리고 양적으로 잴 수 없는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정신적 고통이 사형의 동반자이다.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에 따르면 95년에만 적어도 79개국에서 4천1백65명이 사형을 선고받았고, 41개국에서 2천9백31명이 처형되었다. 18세 미만의 사람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형이 선고되어서는 안된다는 국제 인권기준에도 불구하고 미국등 청소년에게 사형을 적용한 나라도 있다. 미국은 가장 많은 수의 청소년 범죄자 처형을 기록하고 있다.

95년 9월 현재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은 1백개국이고, 존속국은 94개이다. 남·북한 정부는 모두 사형을 지속시키고 있다. 

사형은 쉽고 빠르다. 이것에 집중하는 한 우리는 진정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사형은 범죄억제를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복합적인 조치로부터 사회의 관심을 돌려놓는 일종의 착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형제도를 재고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권은 고유하고도 존엄한 것이며 어떠한 이유나 경우에도 유보될 수 없다. 사형제도가 지니고 있는 범죄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사형을 시행하는 국가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사형제도는 국가에 의해 자의적이고도 임의적인 형태로 이루어지는 또 다른 살인행위일 뿐이다.
 
【류은숙 인권교육실장】"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8002
생산일자 1996-06-12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류은숙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분류2
분류3
분류4
소장처
다운로드
페이스북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