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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과 에바다문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고자 청와대로 가던 장애인들의 행렬이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이날 장애인 20여명은 혜화동 로터리에서 '장애인도 버스를 탑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이동, 오후 2시경 안국동 버스정류장에 내린 후 인도로 청와대까지 가려고 했으나, 경찰은 끝내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날 장애인들이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려 한 이유는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과 에바다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노들장애인야학 김기룡 기획국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장애인 대표단은 인수위와 건설교통부를 만나 '장애인이동법을 제정하고, 건설교통부가 그 시행부처가 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건설교통부는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법을 만들 때까지는 5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기획국장은 ""장애인에게 이동권은 곧 생존권이고 생명권인 만큼 5년이나 기다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들어보려 한 것""이라고 면담요청의 의미를 전달했다. 현재 장애인의 이동권은 이를 보장하는 법적 강제장치가 없어, 저상버스 등 편의시설의 마련은 지방자치단체의 양심에 전적으로 내맡겨 있는 실정이다.
이날 장애인들이 전달하려 한 면담요청서에는 '아직도 시설비리의 주범인 구재단에 의해 장악되어 학교수업이 1년이 넘게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에바다 문제의 해결'을 새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도 함께 담겨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인도든 아니든 집회신고 없이 다수가 플래카드를 들고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장애인들을 가로막았다. 이날 겹겹이 둘러싼 경찰의 방패막에 갇힌 장애인들은 ""단지 면담을 요청하러 가려는 것인데, 이렇게 억압적으로 막을 수 있냐""며 분노를 토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는 ""취임 축하의 뜻으로 가져 온 꽃다발이 분노의 꽃이 되어버렸다""며, 준비한 꽃다발을 경찰의 방패에 내리쳤지만 꽃잎들만 공중에 흩날릴 뿐이었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고 적힌 리본도 땅에 떨어졌다. 박 대표는 또 항의의 표시로 장애인이동법 초안이 첨부된 면담요청서를 찢으며, ""이 종이 쪼가리 하나 전달하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여기저기서 ""이것이 새 정부가 공언한 열린정부, 참여정부의 모습인가""라는 탄식과 비판도 터져 나왔다.
면담요청 길에 함께 나선 장애인 김태현 씨는 ""지난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청와대 앞까지 시위하며 행진할 때는 경찰이 가로막지 않았다. 국회의원은 갈 수 있고, 장애인들은 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라며 경찰의 태도를 비난했다.
경찰의 포위망 속에서 장애인들은 이후 2시간이 넘도록 ""청와대로 가는 길을 가로막지 말라""며 저항했지만, 경찰은 끝내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은 청와대를 향하던 휠체어를 돌려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방구석에 처박혀 5년이고 10년이고 기다려야 할 바에는 법이 통과될 때까지 길에서 싸우겠다""며 오늘의 싸움이 시작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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