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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순 검찰기자 간담회에서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성금으로 모은 돈을 유용했다는 말이 처음 흘러나왔다. 그 동안 성북서와 중부서가 각각 두 단체에 ‘소문’에 대한 확인을 해왔고 두 단체는 이미 해명을 했던 터라 이미 문제가 끝났다고 보고, 더이상의 해명의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던 상황이었다.
출두요구 수용에도 압수수색 강행, 수사과정에서 ‘도덕성’ 먹칠하기
그러나 지난달 27일 전국연합 사무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된다. 이 시점은 27일 오후, 당시 전국연합은 수사를 벌인 성북서 형사들이 사무실에 찾아와 출두를 요구해 28일 오전에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하루전날 압수수색을 해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후 수사과정에서 검·경의 말 흘리기는 더욱 심해졌다. ‘성금을 사무실 경비로 썼다’ ‘4억원이 유용 됐다’ ‘동포 돕는다고 모은 돈을 흥청망청 써버렸다’ ‘몇 억대의 돈을 세탁하기까지 했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두 단체는 사실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의구심에 쌓인 눈초리를 받게 됐고 이후 시민들의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28일까지 검·경의 입장은 기부금품모집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처벌하지 않겠지만 ‘유용’에 대해서는 엄히 처벌하겠다며 증거수집에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두 단체가 장부와 통장, 영수증 등을 공개하며 집행의 ‘투명성’을 밝히고 나서자 검·경의 태도는 달라진다.
계속되는 검·경의 말바꾸기
그러나 개인적인 착복이나 횡령의 혐의가 없자 2일경 검·경은 다시 태도를 바꿔 “성금을 불법적으로 모은 데다 2%도 넘는 돈을 경비로 썼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내무부 장관의 허가 없이 모금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중의 2% 한도내에서 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두 단체는 설사 비용이 2%를 초과했다하더라도 성금모금이 진행중이며, 실제 두 단체의 성금모집이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거해 이뤄진 점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문제삼은 부분이 번번히 ‘혐의없음’쪽으로 기울어지자 검 경은 다시 “모금 자체가 내무부장관의 허가가 없었으므로 2% 여부를 떠나 경비로 쓴 것 자체가 기부금품규제법상 유용에 해당된다”고 강변하면서 “이에 대해 처벌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처음엔 성금유용-> 중간엔 경기과다 -> 다시 경비사용
‘성금유용’이라며 기세등등하게 칼날을 들이대다 두 단체가 성금을 착복한 사실도 없고 다른 곳에 돌려 쓴 흔적도 나타나지 않자 고심하며 애초 문제삼지 않을 듯하던 기부금품모집법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성금유용’이 ‘경비과다사용’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경비로 사용하면 기부금품법상 유용’이라는 논리로 바뀐 셈이다.
두 단체는 모두 내무부에 모집허가를 냈다가 “가두모금을 자제하고 소속회원들을 상대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달라”는 내용의 공문까지 받고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뒤늦게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라는 녹슨 칼날에 찔린 셈이다.
서울지법 기부금품모집법 위헌제청
지난 95년 서울지법은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제3조에 대해 “자의로 자신의 재산을 제3자에게 아무런 반대급부 없이 기부하는 행위는 선행으로서 사회공동체의 유지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행위임에도 이를 금지함으로써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재산권행사의 자유 및 계약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며, 자발적 결사에 의하여 결성된 단체가 자유롭게 조직원을 모으고 일반 국민의 지지와 후원을 얻어가며 활동하는 것이 결사의 자유의 중요한 내용임에도 독립적이고 건전한 정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위헌심판제청을 했다.
‘거액 유용설’을 언론에 퍼뜨리며 재야단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한 검 경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법은 서울지법이 위헌심판제청까지 해놓은 기부금품모집금지법의 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다. 뒤늦게 검찰은 “법위반이긴 하지만 두 단체를 처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날선 칼을 마구 휘두르며 재야단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날리고, 국민적으로 일고 있는 북한동포돕기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거둔 뒤 남는 것은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이라는 법을 위반했지만 ‘관용을 베풀어 처벌하지 않겠다’며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그러면서도 계좌추적 등을 통해 뭔가를 호시탐탐 벼르고 있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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