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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따비아니 형제/주연: 오메로 안토누띠, 마르첼라 미켈란젤리/77년 작
인간이 상황과 변화에 순응하기도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떨치고 일어서는 인간승리를 우리는 주변에서나 영상으로 얼마든지 보아왔다. 그렇게 따지고 본다면 <빠드레 빠드로네>는 색다를 게 없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비아니 형제가 깐느의 황금가지를 움켜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단위인 ‘가정’에서 사회를 향한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명쾌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불의한 체제에 저항하는 극명한 방법을 지독한 가부장제에서 아버지(근본)를 극복하는 아들(대안)로 그려낸 것이다.
뭇솔리니를 지나왔던 아버지들의 깊고 굵은 주름만큼이나 그 땅의 아들들 역시 새시대에 대한 갈망도 강렬하다. 그리고 그 갈망이 한 인간에게 조용한 투쟁을 불러 일으켰다.
“아버지는 더 이상 나의 주인이 아니에요! 이제 나의 삶을 살 것입니다!”
<빠드레 빠드로네>에는 아버지를 세상에서 최고라고 자랑하는 아들이 없다. 아들을 보란듯이 키워보려는 아버지도 없다. 생계를 위한 노동력으로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그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아들의 몸부림이 있을 뿐이다. 그 몸부림을 일깨우는 것은 지루함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음악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탈출구인 음악은 영화 전반에 걸쳐 적잖은 의미로 다가오는데 장면마다 민감한 관찰을 요구한다. 또한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려던 독일 이민이 실패로 끝나자 아버지의 강요로 군입대한 아들은 섬사람 특유의 사투리와 문맹에서 벗어나려는 치열한 자기부정이 언어학자의 길로 거듭나는 계기가 된다.
고지대의 삭막한 섬에서 양을 치며 어린 시절부터 장성하기까지 아버지에게 뭇매를 맞는 아들의 모습은 별로 낯설지 않다.
전쟁을 겪고 60년대를 거쳐온 우리네 아버지들의 절대적 권위와 경직된 사고가 가족들을 옭아매는 경험을 우리도 지나왔다. 때문에 어린 가비노에게 가해지는 아버지의 빈번한 매질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것이 폭력으로 비쳐지기보다는 기존 질서의 부패한 구조적 억압을 상징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모습이 영화가 갖는 또 하나의 강점이다. 상징이 과장되거나 비약되지 않고 일상에서 전혀 무리없이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장센으로서의 음악적 감흥과 반복되는 상징적 표현들이 영화의 깊이를 더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비참한 ‘아버지’의 모습도 훌륭히 그려냈다. 빈곤했던 그 시대에 여러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위치라는 것이 자연히 그러한 방식을 요구했다. 결국 그 매질이 더 큰 반항을 가져왔고 그 삭막한 생활이 더 큰 욕구를 자극시켰던 것이다.
이미 기성세대에 속해 있던 40대 후반의 따비아니 형제는 젊은 가비다를 통해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아버지, 이제 당신의 시대를 우리에게 넘겨주십시오.”
【전경인=민주언론운동협의회 영화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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