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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신탄진에 소재한 한국타이어(대표이사 홍건희, 한타)에서의 강제노동, 청부테러,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김진균 서울대 교수, 장창원 목사, 배범식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 「한국타이어 노사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방문조사단」소속 각계 인사들은 지난 10일 한국타이어 신탄진 공장을 방문해 현장확인에 나서는 한편, 청주지검을 찾아가 96년 5월 15일 한타 해고자를 돕다가 성폭행을 당한 박 아무개(28) 씨 사건의 담당검사를 면담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성폭행사건을 수사했던 청주지검 권선용 검사는 조사단과의 면담자리에서 “증거로 제출된 쥬스병, 담배꽁초에서 지문을 채취하려 했으나, 지문이 말라버려 감식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권 검사는 “피해자의 속옷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의뢰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범인의 혈액형이 O형이라는 점 외에는 밝혀진 것이 없으며, 범인을 찾을 수가 없어 미제사건으로 종결했다”고 밝혔다.
지문채취 건성 피해자 요구도 묵살
반면 피해자 박 씨는 “사건현장을 1년간 보존했다”며 “범인들이 장갑을 끼지 않고 만졌던 문고리 등에서 지문채취가 가능하고, 머리카락 체모 등에 대한 조사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컵, 속옷, 담배꽁초 등 몇 가지 증거품을 단 한차례 수집해 갔을 뿐이며, 그것마저 ‘아예 지문이 안 나온다’며 국과수의 지문감식조차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씨는 “검찰에게 현장 정밀조사를 요구했지만 묵살 당했다”며 “검찰이 최대한 성의 있게 수사만 해 준다면 증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단도 10일 범행현장을 직접 살펴본 뒤 △현장이 1년 넘도록 보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범인의 체액(정액), 체모 등에 대해 유전자감식 등 범인색출을 위한 최소한의 기초자료 조사작업도 하지 않았으며 △지문채취를 위한 현장 정밀검사를 하지 않은 점 등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청주에서의 조사결과 이 사건을 “일반적 강간사건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준비되고 치밀하게 계획된 강간테러”라고 결론지었으며, 이날 박 씨와 함께 재수사촉구 진정서를 청주지검에 접수시켰다.
그러나, 검찰의 ‘불충분 수사’ 또는 ‘축소수사’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의 재수사가 벌어질지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중신 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은 “용의자를 지목하지 못하는 한 사건 해결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좀 더 물증과 근거를 확보한다면 재고소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순 변호사도 “현 제도상 ‘불충분 수사’를 이유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재수사를 하느냐마냐는 검찰 의지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피해자측에서 역으로 ‘지문감정 의뢰’ 등의 방법을 써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불매운동 등 항의운동 전개
한편, 12일 오후 한국타이어 정문 앞에서는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폭력 진상규명과 22명 부당해고 철회, 2억7백만원 손해배상소송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배석범 부위원장은 “회사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진상조사단 활동을 16일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 보고하고 불매운동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측은 또 “민주노총 산하 자동차연맹 소속 노조에서 항의공문을 보낼 예정이며, 한국타이어 반입 및 장착을 거부하는 투쟁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단 역시 10일 회사측으로부터 면담을 거부당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타이어에 대한 불매운동을 통해서라도 전근대적이고 반인륜적인 노동탄압에 대해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타이어 정문 앞에서는 이서광 씨 등 해고노동자 6명의 단식농성이 29일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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