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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들이 모두 한결같이 늙고 병들어 언제 어디서 세상을 뜰지 모른다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이 책의 출판을 얼마나 마음 조이며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세월이 흘러갔다고 하나 혹시 공권력의 개입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들었습니다. ‘타살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죽인 사람을 잡아 와보라’고 하면서 윽박지르던 사람들이 아직도 수사기관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허영춘(고 허원근 씨 부친) 유가협 의문사지회장의 말이다.
10여 년에 걸친 유가협 의문사지회의 모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어려운 사건이 한 권의 책으로 엮어졌다.
이 책자는 우리 사회의 의문사에 대한 실태보고서다. 수사기록, 유족과 주변인물들의 증언, 사건 당시에 만든 자료집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객관적 서술을 일차적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책의 대표집필을 맡은 이 상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 연구위원, 한남대 법과대학) 교수는 "관련자료는 소실되고 없어져 가는 상황에서 유족들의 기억 속에 있는 것이라도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이 작업을 서두르게 하는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였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의문의 죽음을 당한 24명의 사건이 실렸다.
검문당한 후 1주일만에 바로 그 현장에서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 이철규, 학생운동 활동 중 철로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문승필 등 7명의 학생의문사. 칼자욱에도 불구하고 음독자살판정을 받은 박상구, 군 부재자투표에서 야당에 투표한 후 사망한 정연관 씨등 10명의 군대 내 의문사.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병원에서 추락사한 박창수, 포위된 농성장을 탈출하려다 변사체로 발견된 이덕인 씨 등 3명의 노동 빈민운동 부분 의문사. 그리고 해결된 의문사 김상원 사건 4명의 일반인 의문사.
이 교수는 “우리 사회의 의문사의 특징은 80% 이상이 반정부적 성향을 지녔거나 그러한 성향을 지난 사람으로 국가권력에 알려진 사람의 죽음이면서 그 죽음을 둘러싼 정황을 고려할 때 국가권력의 직접적 살해 또는 은폐의 의혹이 짙다”고 결론지었다. 나아가 의문사문제해결을 위해 ①의문사에 대한 재조사 진행 ②조사주체가 재설정(적어도 국가권력으로부터 다소 자유로운 조사기관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③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 ④명예회복 ⑤재발방지를 위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엮음/진원 펴냄/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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