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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서울 신당동 부근에서 한총련의 시위를 구경하다가 전경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던 시민 이철용 씨(33). 그는 지금도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며, 성남 공군비행장 의무대의 병실을 지키고 있다.
이 씨가 공군비행장 내에 있는 까닭은 현재 그의 신분이 군인이기 때문이다. 폭행사건 직후인 6월 5일, 경찰은 그가 과거 탈영한 사실을 밝혀내고 신속히 군부대에 이첩했다. 이때부터 이 씨는 국군통합병원 수감병동에 갇히게 되었으며, 지난 8월 8일 군재판을 통해 잔여복무기간인 8개월 동안의 방위근무를 명받은 것이다.
경찰, 사건 은폐 축소 여전
한편, 사건발생 1백일이 지난 지금까지 경찰은 가해범들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비공식적으로 이 씨에게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처음에는 내가 쇠파이프를 들고 시위한 것으로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내가 일관되게 폭행당한 것임을 분명히 하자 이번엔 굴러 넘어져 다친 것으로 몰아갔다. 그러다가 한 신문기자가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경찰은 폭행사실을 시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이 씨를 찾아온 경찰들은 “이번 사건으로 소대장, 중대장, 부관이 직위해제 당했고, 의경 2-3명이 입건상태”라며 전경들에 대한 용서를 청하고 돌아갔다고 이 씨는 밝혔다.
이 씨도 당초엔 폭행경관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씨는 “전경들이야 명령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본래부터 가벼운 처벌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이 씨의 태도는 달라지게 됐다고 한다.
이 씨는 “경찰이 폭행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전경들이 오인해서 때린 것’이라는 변명을 늘어놨다”고 밝혔다. 그는 “7-8명이 방패로 찍고 발로 짓밟은 것이 어떻게 오판에 의한 행동이냐”며 “이는 일부러 작정하고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운이 좋았다. 기자가 찍은 사진이 없었다면 사과는커녕 사건 자체가 흐지부지됐을 것”이라며 “경찰에 당하고도 사과 한 마디 못 받는 시민들이 더 많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반성 없는 경찰에 용서는 나중
지난 10일 목 보호대를 푼 이 씨는 아직도 목을 가누는 것이 힘들고 턱을 움직이는 것마저 고통스럽다고 한다. 또 며칠 간격으로 찾아오는 두통에 밤잠조차 이루기 어렵지만, 흔한 진통제 한 알조차 타먹기 힘든 실정이다.
오는 20일경 공군부대는 이 씨에 대한 군부적격자 심사를 마무리하고 이를 이 씨에게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심사에서 부적격자 판정을 받게 되면, 이 씨는 1백여 일만에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사회로 복귀하는 이 씨에게 경찰이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지, 사건수사가 제대로 마무리될지 각계의 관심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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