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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반짝' 하고 끝나는 듯하던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모임이 최근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이는 '지문날인 거부 홈페이지'(fprint.jinbo.net)에 가입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
이 홈페이지는 지난해 5월 30일 지문날인 거부자 78명이 '지문날인 제도에 끝까지 불복종하겠다'며 결성한 '지문날인 거부 78+' 모임에 의해 제작됐다. 그 날은 구 주민등록증의 효력이 상실되기 바로 전날. 당시 거부자들은 '비록 지금은 78명에 불과하지만 계속해서 참여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모임의 이름을 '78+'로 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지난해 여름부터 사실상 중단됐고, 이에 지문날인 거부 홈페이지도 이름만 남겨둔 채 운영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78+' 모임의 참가자였던 윤현식 씨가 지난 8월 우연히 이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애초 78명이었던 지문날인 거부자의 숫자가 어느덧 1천7백 명을 훨씬 넘어섰던 것. 이에 윤 씨는 홈페이지를 호스팅했던 진보넷에 문의했고, '지문날인 거부자가 이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 앞의 숫자가 자동적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 윤 씨는 '(홈페이지) 관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회원이 자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은 지문날인 제도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반면 기존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이 운동을) 너무 방치했던 것 아니냐'며 자성했다고 한다.
지문날인 거부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꽤 존재한다는 사실에 고무되어, 지난달에는 지문날인반대연대가 결성됐다. 여기에는 '지문날인 거부 1912+'(17일 현재) 외에 그 동안 지문날인 제도에 문제를 느껴왔던 △서울대 디지털 지문날인 거부자 모임 △다음 까페 '존재미증명자들의 은신처' △주민등록법개정을 위한 행동연대 △서울영상집단이 참여했다.
현재 윤 씨는 개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조합방식에 관한 정보'의 비공개 결정에 대해, 서울영상집단은 '경찰청이 보관하고 있는 개인정보'의 부분공개 결정에 대해 각각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앞으로 주민등록카드 미발급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경찰청을 대상으로 열 손가락의 지문이 날인된 '주민등록증발급 신청서'의 폐기 또는 반환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99년 9월에는 '지문날인 제도와 지문전산화 폐지'를 요청하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편 오는 27일 오후 4시 정동아트선제센터에서는 서울영상집단 이마리오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시사회가 열린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지문날인 거부자였던 이 감독이 경찰서에서 십지지문을 찍을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경험을 직접 영상으로 옮긴 작품. 이 감독은 ""사람들이 '지문날인과 주민등록증이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27일 시사회 후 2차 정기모임을 가진다. 이후 전국적으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를 순회상영하며, 이를 계기로 지역별로 지문날인 거부자들의 모임을 만들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묶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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