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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1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아래 정통윤) 부근 강남역 8번 출구 로 하나 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집회를 해왔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목요일이었던 이날은 지난 12일 '청소년 유해매체물 표시방법'에 대한 정보통신부 장관 고시에 항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긴급집회를 열었다.
그동안, '인터넷 내용등급제 시행중단, 정통윤 폐지' 등 공동행동이 외치는 주장들은 정보통신 분야에서만 쓰이는 낯선 용어들과 정부측이 펼치는 복잡한 대응논리에 왜곡돼, 일반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이에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을 만나, 정부와 공동행동 사이에 오고가는 복잡한 논박을 따져 봤다.
이번 정통부 장관고시는 단지 '인터넷상 청소년 유해매체에 전자적 표시를 하라는 것 뿐'인데, 공동행동이 그렇게 반발하는 이유는?
〓 청소년 유해매체를 전자적으로 표시할 때, '픽스(PICS)'라는 기술표준만을 사용하게 했다. 현재 정통윤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소프트웨어는 바로 그 픽스를 인식해 접근을 차단한다. 따라서 이 소프트웨어가 전국 공공장소에 설치되면,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일반인까지 접근이 차단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큰 문제는 어떤 정보가 청소년 유해매체인지, 아닌지를 정통윤이 결정한다는 것. 청소년 유해성에 대한 정통윤의 인식과 기준은 심각하다. 올해 김인규 교사의 나체 예술작품 음란시비, 동성애자 커뮤니티와 자퇴생들 싸이트에 대한 불온시비에서 잘 드러나듯, 정통윤은 자신의 잣대를 온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검열이다.
정통윤은 내용등급서비스가 '검열'이 아닌 '자율규제'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 (정통윤의 내용등급서비스는 유해의 범주를 노출, 성행위, 폭력, 언어 등으로 구분하고 각 범주를 5등급으로 나누어, 이 기준에 따라 정보의 등급과 차단의 정도를 국민 스스로가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내용등급서비스상의 기준에 따라 국민들이 등급과 차단정도를 스스로 정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현재 정통윤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등급기준을 정한 후 이를 따르라고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통윤이 인터넷에서 청소년 유해매체를 선정하고 차단하는 등 실제 검열행위를 하면서도, ""내용등급서비스는 자율규제""라는 이야기만 하면서 ""자신들은 검열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동행동은 '음란물'에 대한 규제를 하지 말자는 입장인가?
〓 현재 인터넷에서 규제대상이 되는 정보는 '불법정보'와 '불온정보' 그리고 '청소년유해정보'가 있다. 정부는 이 개념들을 불분명하게 섞어 쓰면서, 인터넷이 마치 음란물로 넘쳐나는 양 불안을 가중시키면서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규제권한을 확대시키고 있다. 공동행동 입장은 인터넷에서 '불법정보'는 규제돼야 하지만,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불온정보'와 '청소년유해정보'는 규제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통윤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인터넷 공간이 더욱 무질서해지는 것 아닌가?
〓 규제 주체가 정통윤이든 아니든 '인터넷 내용에 대한 위법성 여부'만을 공정하게 판단하면 된다. 정통윤 폐지 이후 민간자율적인 내용규제기관을 둘 수도 있다. 분명한 건, 현행법상 인터넷 유해매체물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정통윤이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시행한다면 인터넷의 자유는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 다음주 월요일부터 명동성당에서 '60일 1인 릴레이 철야단식'을 시작한다. 우선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고, 사회단체들에게 주위를 환기시켜 조직을 다시 정비하고 여론의 주목을 끄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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