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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정통부장관의 '청소년유해매체물표시방법' 고시(告示)를 끝으로 '유해매체표시제'와 '내용등급서비스'를 양날개로 한 인터넷상 표현물에 대한 '무한공격' 준비가 갖춰졌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를 둔 정보통신윤리위에 의해 인터넷 표현물이 '불온'하거나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낙인찍힐 경우 '인터넷 세상에서 격리될' 각오를 해야한다. 청소년보호법, 통신망법, 음비게법 등이 정통윤의 '불온', '유해' 낙인을 뒷받침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자신의 정보 하나하나에 등급을 매기고, 항상 '유해함' 혹은 '유해하지 않음'을 전자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은 불문가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통윤의 기준에 맞춰 스스로 인터넷 표현물에 유해여부를 표시하지 않아도 차단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접근을 아예 못할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은 미국의 파상공격에 쑥대밭이 된 아프간의 악몽을 인터넷상에서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이에 인터넷검열을 반대하는 남녀 활동가들이 다음주부터 60일 동안 '24시간 노상철야단식'을 이어간다. 정통윤의 모든 검열행위를 반대하고, 나아가 정통윤 폐지를 위해 결사항전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회단체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만 쓰이는 낯선 전문기술용어와 정부의 복잡한 대응논리에 명확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통윤의 검열행위가 어제, 오늘 일이냐""며 늑장을 부리기도 한다. 무엇보다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매체는 인터넷에서 차단되어야 한다""며 정통윤의 '무한공격'을 묵인하는 분위기까지 있다.
우리는 다시 자문해야 한다. 누가 정통윤에게 청소년 유해매체를 선정할 권한을 주었는가? 정통윤은 과연 청소년을 유해매체로부터 보호하는 수호신이 될 수 있는가? 정통윤이 들이대는 잣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수수방관할 경우 정통윤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인터넷의 바다에 흐르지 않겠는가?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정통윤이 인터넷의 질서를 평정할 것이라는 일말의 미련이라도 버리자. 아직도 늦지 않았다. '유해매체표시제'든 '내용등급서비스'든 국가에 의해 강제되는 모든 등급체계에 반기를 들자. 정통윤을 폐지하고 그 역할을 민간에서 대신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청소년 보호'라는 조급함 때문에 인터넷의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능성을 포기하며 정통윤이 무소불위의 군주가 되는 작금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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