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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는 ‘국가보안법 국제심포지엄’ 첫날 발제문의 내용을 요약하여 싣습니다. (편집자 주)
1. 탈냉전 신국제질서에서의 국가안보와 인권, 그리고 NGO의 역할
로스다니엘스, RossDaniels (국제앰네스티 국제집행위원장)
과거 10년은 아태지역에서 중요한 인권변화의 시기였다. 말레이지아, 대만, 태국, 남한 그리고 인권에 대해 닫혀 있다고 믿어지는 국가에서도 국제인권캠페인은 많은 논란과 변화를 일으켰다.
아태지역은 예전과 다르게 모든 분야에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것은 동아시아의 경제성장과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지구적 권력의 이동을 의미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21세기를 태평양시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태지역은 경제성장에 있어서 과거 20년동안 시대를 이끌어 왔다. 이제 이 지역은 전세계 생산품의 반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제성장 만큼 인권성장도 이루어져야
현재 아태지역은 경제통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태지역 국민들 사이의 이해가 증진되어 공동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또 인권운동가들도 역시 공동사업을 펼치는 연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들은 상호독립적이면서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정치적, 사회적, 환경분야에 있어서 아시아지역의 문제해결을 찾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시민사회에 이러한 메세지를 전해야 하고 모든 분야로 관계를 확대시켜야 한다. 인권 환경운동가, 노동자들 사이에 관련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를 위해서는 시민적 정치적 권리의 보호가 필수적이다.
모든 사람들은 그들이 속해있는 분야에서 권리와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믿는다. 아태지역의 사람들 역시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 동참할 권리와 자유를 가져야 한다.
우리 인권운동가들은 정부에게 시민들과 의무와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왔다. 나는 민간단체들이 비엔나에 이어 다시 한번 인권 향상을 위해 세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함께 일하려는 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시아정부들이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민간단체들의 역할을 인식하기 바라고 그 민간단체들의 근본적인 역할을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인권침해의 치유는 단체들의 활동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인권증진의 중요한 한 단계는 정부가 국제인권기준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2천10년까지 자유무역을 달성하려는 거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유엔인권기준을 승인할 수 있지 않을까?
국제인권기준은 단순한 종이조각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우리의 행동을 책임지겠다’라고 말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기업과 정부에게 인권은 그들이 건설하고자 하는 무역과 투자의 합법적인 토대이다. 경제와 무역연계가 강화됨에 따라 우리는 스스로에게 그것에 동반하는 어떤 종류의 사회를 원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경제성장은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일부이지만 목적으로 가는 수단일 뿐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경제개발은 사회적, 시민적, 정치적 개발과 함께 가야 한다.
더 넓은 인권개념 수용해야
아시아지역의 인권 특수성에 대한 논의가 이 지역 대부분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막는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인권과 관련해 문화적 상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더 심한 인권침해를 피할 수 없고 인권침해를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 반면 아시아 민간단체운동은 새로운 절정에 도달했다. 1993년 방콕선언과 비엔나 인권대회에서 민간단체들은 지역을 넘어 인권의 보편성을 광범위하게 인정했고 상대적인 이유를 들어 인권침해를 정당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를 비난했다. 아시아에서 민간단체 운동은 이러한 이슈에 대한 동일점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인권은 보편적이고 상호독립적 이라는 것, 경제개발정책이 인권침해를 증가시켜 왔다는 것, 그리고 일부 서방국가들이 인권침해를 방조하거나 돕는데 일조 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인권단체의 과제
결론적으로 아시아에서 인권단체들은 새로운 세계질서 이동의 결과로 세가지 분명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은 증가하는 지역통합의 도전, 인권가치의 보편성에 대한 공격의 도전, 합법성에 대한 도전이다.
2. 탈냉전 신국제질서와 인권
오재식(한국사회교육원 원장)
세계적으로 냉전체제가 끝난 지 5년이 됐다. 그러나 냉전체제로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른 한민족에게는 냉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밖으로 탈냉전의 언어를 사용하고 안으로는 냉전의 공포를 강조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이율배반에서 오는 충돌을 별로 고민하지 않고 잘 소화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그것들을 상황에 맞추어서 골라 쓰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상황판단과 거기에 대응하는 원칙이 극히 주관적이어도 우리는 그것을 관용해 오고 있다. 이런 관행이 축적해서 우리사회의 분위기가 되고 이제는 관행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냉전체제의 붕괴는 무엇을 가져왔는가. 그것은 세계주의의 허구성이 탄로되고 그런 세계주의를 바탕으로 한구세주의(求世主義)가 붕괴하여 정치적, 종교적 언어의 보편적 신빙성이 실추되었으며 국민국가의 위상과 역할이 재정립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냉전체제 붕괴가 가져온 것
이렇게 한때 세계의 많은 인구를 흥분시키고 동원시켰던 세계주의가 실은 허구였고 그것을 지탱했던 제도적 통제가 느슨해지자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민족주의, 종족주의가 고개를 들고 근본주의, 원리주의가 종교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나타났으며, 시장의 언어와 역할이 종래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게 되었다.
이런 현상들이 기존 질서의 붕괴뿐만 아니라 가치의 공백상태를 가져왔다. 냉전 종식 후의 세계는 전후의 시기보다는 덜 흥분했지만, 체제와 가치관의 변화점에서 보면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한국은 동족간의 전쟁을 치르고 군사정부주도형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경우다. 한국민이 그동안에 경제적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위해서 치룬 사회적 인간적 대가는 높았고 그러므로 성장 후에 새로운 세계를 경영하는 역량을 키우지 못했다. 정부는 스스로 국가인양 군림했으며 정치세력의 비호아래 성장한 경제는 도덕적인 명분까지 행사하게 되었다. 경제성장이 지상의 목표였다. 그것은 정치언어가 되고 도덕적인 행위로까지 과장되었다. 이렇게 국가의 우선순위와 도덕적 명분의 비호아래서 정치와 경제는 유착관계에 들어가고 그것에 도전하는 것은 다 정부에 대한 도전 또는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처벌했다. 이것이 국가보안법이 남용된 배경을 이루는 것이다. 냉전 후의 우리가 받고 있는 도전 앞에서 국가와 국가안보에 관해서 재조명해야 할 때가 왔다. 국민의식은 국가 이익을 우선시키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유보해도 된다는 단순논리가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해 왔다.
이제 새로운 국제질서의 기본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에 기초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명제나 이념적인 이해보다는 모든 인간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또 받아들이는 애정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목적과 그 명분을 사유화해 온 일부집단들을 보호하는데 남용되어 왔다.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나라의 자산이라야 한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각오가 국가안보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한국민은 갈라져 살아온 형제자매와 더불어 사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때가 왔다. 우리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해 온 것은 이와 같은 대전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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