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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합헌결정이 내려진 사회보호법은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명분으로 상습범 혹은 흉악범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보호감호 제도의 근거 법률이다. 하지만 최근 이 법에 따라 보호감호를 받던 이들이 청구한 재심을 법원이 받아들여 보호감호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법은 위헌으로 결정된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근거해 유죄가 확정된 판결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재심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89년 위헌판결이 내려진 구 사회보호법의 필요적 보호감호 조항이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지난 3월 헌재는 보호감호 처분이 형벌이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사회보호법 합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일단 법원은 보호감호 처분이 형벌과는 다른 독자적 의의를 가진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내용을 본질로 하며 형사소송절차에 따른 점을 근거로, 보호감호 처분을 형사적 제재의 한 형태로 해석했다.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논리에 안주하지 않고 적극적인 해석으로 재심을 받아들인 것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이번 재심판결은 장래에 다시 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고도의 개연성이 있을 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된다는 것과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과거의 시점이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요지이다. 우리는 징역형을 사는 과정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두 번째 논지에 주목한다.
징역형이 집행되기 이전과 이후에 따라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면, 징역형이 집행되기 이전에 보호감호 처분을 선고하는 것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선고는 징역형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아예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가 아닌 현재의 시점에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이번 재심판결 논지는 보호감호 제도 자체의 본원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금도 상습범,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보호감호를 받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은 사회보호법이 유지되는 한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호법이 폐지될 때만이 보호감호 제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은 해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번 재심판결은 강력히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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