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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11월15일 안기부 수사관들에 의해 추운 겨울 런닝샤스 바람으로 끌려가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불안속에 남편을 보낸 저는 면회가 거부되어 남편의 얼굴조차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로부터 듣는 말은 잠을 안재우고 때리고 벌세우는 것도 모자라 서서 조사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고문 폭력수사가 웬말이냐고 정정당당하게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남편의 결백은 밝혀질 것이고 위법적 행동인 인권침해만은 하지 못하게 하자고 인권단체나 사회원로, 차속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이야기했습니다. 시민들도 하나같이 아직도 고문이 자행되냐고 놀라워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11월30일부터는 변호사접견조차 안기부는 거부했습니다. 철저히 외부와 차단시키고 무엇을 할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안기부에서 밤을 새워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졌습니다. 도저히 집으로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늦어도 좋으니까 올 때까지 기다렸다 얼굴만이라도 보고 생사확인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겠다고 하자 안 들어올지 모른다고 하면서 가라고 했습니다. 내일까지라도 좋고 밤을 여기서 지새워도 좋으니 보고 가야겠다고 하자 안기부 경비병들이 저를 들어서 밖으로 내동댕이쳤습니다.
12월4일 변호사 접견결과 마석 모란공원, 남양주 능내리 공동묘지, 관악산, 대공분실 등을 끌고 다니면서 고문을 했다고 합니다. 온몸 군데군데 피멍자욱이 선명하게 남아 있고 살갗이 벗겨져 찰과상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의사 진료를 신청했는데 안기부에서는 수진을 거부함으로써 고문행위를 감추려 했습니다.
저는 변호사의 말을 들으면서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인지 혼돈이 될 정도였고 아직도 이런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에 화가 났습니다. 남편이 힘든데 제가 도울 수 없는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검찰로 송치되고도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공공연히 변호사접견이 거부되고 가족면회도 거부되고 있습니다. 법을 올바로 집행해야하는 검사조차도 황야의 무법자처럼 행동하는데 법이 국민의 권리를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
복도에서 검사실로 오는 남편은 가슴부분에 아직까지 상처가 남아 있었습니다.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남편을 검사실로 보내고 돌아오는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다음부터는 사람잡기식 조작행위를 절대 못하게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무고한 민주인사를 구속해서 고문한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입니다. 남편의 무죄석방을 위해 많은 힘이 되어 주시는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남향숙(구속중인 박충렬 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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