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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구속영장에 기재된 유치장소를 맘대로 바꿔 수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처음 나와 수십년간 계속된 불법수사관행에 제동을 걸게 되었다.
서울지방법원 형사8단독(판사 오철석)은 15일 범민련 사건으로 구속된 전창일(75)씨가 낸 준항고 심리 결과 “구금장소를 구속영장기재장소인 서초 경찰서 유치장에서 국가안전기획부로 변경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안기부가 수사를 하려면 일시 청구인의 신병을 인도 받아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조사를 하고 조사가 끝나면 다시 서초 경찰서 유치장으로 인도하였다가 다시 수사를 위하여 신병의 인도를 받는 절차를 밟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기부가 구속영장상의 구금장소를 변경하는 처분을 하였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이런 안기부의 유치장소 변경은 형사소송법 제209조, 제75조가 구속영장에 구금장소를 반드시 기재하도록 한 취지에 어긋나는 불법이라고 명백히 규정했다.
또, 재판부는 “안기부의 유치장 시설이 법정 유치장보다 우수하고, 변호인의 접견에 하등의 지장이 없고, 검사의 유치장 감찰도 실질적으로 받고 있어 인권을 침해할 여지가 없고, 지금까지 대공수사의 관례로 되어 왔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이유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씨의 변호인 박찬운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으로 수십년 동안 관행으로 내려온 불법행위에 제동을 걸게 되었다”며 “이 결정으로 안기부 밀실수사가 종언을 고하게 되었다”고 말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전창일 씨는 지난 11월29일 범민련 관계자 28명과 함께 국가안전기획부에 의해 연행, 구속되었으나, 구속영장에 기재된 유치장소인 서초 경찰서가 아닌 안기부에서 계속 수사를 받아오다가 ‘영장기재 유치장소의 변경은 불법’이라며 변호인을 통해 준항고장을 서울지법에 냈다(12월6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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