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병역특례해고노동자 고 조수원 씨의 글
내용
"<편집자주> 이 글은 고 조수원 씨가 병역특례 해고노동자의 군문제 해결을 바라며 지난 10월2일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저는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에서 광산 선탄부 일을 하시던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줄곧 어린 시절을 탄광촌에서 자랐습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서 30여년 가까이 탄광 생활속에서 진폐증에 걸려 산재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탄광을 그만두셔야 했습니다. 

저는 중3때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인문계 고등학교 장학생의 자리를 양보하고 기계공고로 진로를 확정지었습니다. 아버지는 하루가 다르게 일을 힘에 부쳐 하셨기 때문에 저는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기계공고에 입학하여 2학년 3월말경 학교 내에서 제일 먼저 자격증을 취득했고 3학년 때 ‘지방기능경기대회’에 학교대표로 참가해 금메달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고등학교 3년을 거의 보낸 저에게 취업과 장래문제는 큰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졸업 후 취업을 한다고 해도 곧 입대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던 중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부산의 대우정밀이란 방위산업체에서 합격되었습니다. 

86년 1월22일자로 저는 대우정밀의 정규사원으로 당당하게 발령 받았습니다. 수습기간 3개월을 마치고 4개월이 지나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정말 암담했습니다. 한달 동안 잔업, 특근, 철야 등 몸을 아끼지 않고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받은 월급은 20만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약도 사드려야 하고 동생들 학비와 생계비, 방세 등등 당장 저에게 처해진 상황을 극복하는데는 너무나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얼마 후 회사 내에 노동조합에 설립되었습니다. 그 뒤 임금뿐만 아니라 과거와 같은 부당한 처우나 강요가 없어지고 자율과 신명이 깃들었습니다. 회사도 예전과는 달리 사원들을 대했고 노조에 대한 태도도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91년 초부터 회사의 태도는 달라져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한 상습적인 고소‧고발과 압수수색, 연이은 구속 등으로 회사내 분위기는 위기감과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결국, 거대한 공장의 기계들이 멈추고 우리의 정든 일터는 최루탄과 군화발로 짓밟혔습니다. 옆에서 일하던 수십명의 동료들이 감옥에 갔고, 저와 1백50여명에 달하는 동료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그 후 저는 회사로 돌아가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중략)

수배생활 5년동안 집안형편은 표현하기 민망할 정도로 피폐해져, 아버지는 불편하신 몸을 이끌고 날마다 공사판 일을 하시며 저녁만 되면 온갖 신음과 기침소리로 고통속에 생계를 이어나가신다고 합니다. 어머니도 조그만 공장에 다니시지만 생활은 별로 나아지는 것이 없음은 뻔한 사실입니다.

저의 이러한 불행도 이젠 대우그룹과의 복직합의후 대우중공업 조선부문 특수선사업부로 인사발령이 난 상태이기 때문에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서른고개로 접어드는 나이에 군문제는 저와 부모님, 그리고 동료들에게 또 다른 아픔과 절망입니다."
문서정보
문서번호 hc00008807
생산일자 1995-12-18
생산처 인권하루소식
생산자
유형 도서간행물
형태 정기간행물
분류1 인권하루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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