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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구호를 외쳤던 철거민이 두 차례나 즉결심판에 넘겨져 각각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았다. 처벌 사유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시청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
사건의 당사자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두 달여 째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동수(32·상암동 철거민)씨. 99년 월드컵경기장 주변환경 개선의 일환으로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주거지를 잃은 이씨는 서울시청을 상대로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전개해 왔다. 그런데 시청 측은 지난달 이씨가 시청 정문 앞에서 장시간 동안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했고, 관할 남대문경찰서는 지난 4일 이씨를 연행해 서울지방법원 즉결심판소(담당판사 이상철)로 넘겼다. 이 판사는 이씨에 대해 경범죄처벌법상 '업무방해'(1조 12호)와 '불안감조성'(1조 24호)을 이유로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이씨는 2월 20일에도 같은 이유로 즉결심판을 받고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으며,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서울시청 총무과 관계자는 ""이씨가 정문 앞에서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업무를 보기가 어려웠다""며 고발이 불가피했음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또다시 정문 앞에서 고함을 지르면 그 때도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의사표현행위로써 구호를 외치는 것은 기본권으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고성방가와 동일시해서 처벌하는 것은 잘못된 법 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수씨는 99년 철거반대투쟁에 나선 이래 민주당사 점거농성 등으로 두 차례나 구속돼 2년 가까이 복역한 바 있다. 이씨는 ""대책 없는 강제철거가 아니라, 영구임대주택의 건설만이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안""이라며, 서울시청을 상대로 거듭 영구임대주택의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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