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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용허가제 전면 도입 방침을 확정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지난 3일 청와대가 산업연수생제도의 폐지를 유보하고 특정업종에 한해서만 고용허가제를 시범실시하는 민주당 방안에 사실상 합의해 줌에 따라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더구나 당초 산업연수생제도 폐지를 공언해 온 민주당과 청와대가 이처럼 후퇴한 데는 경제5단체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재계의 압력에 굴복해 시급한 인권정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인권·노동단체들은 산업연수생제도의 폐지를 유보시킨 데 대해 ""국내외적으로 현대판 노예제라고까지 비판받고 있는 산업연수생제도를 존속시키고자 하는 것은 현재 이주노동자에 가해지는 인권유린을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이윤주 지부장은 ""노예노동을 강제하는 산업연수생제도는 고용허가제의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즉각 폐기되어야 하며, 즉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점은 이 같은 정부의 고용허가제 방안이 전면 실시된다 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의 실질적인 노동권 보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28일 정부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확정된 고용허가제 방안에 따르면, △국가가 이주노동자의 도입, 알선, 관리를 직접 담당하고 △국가가 제시한 이주노동자 풀(pool) 가운데 사업주가 원하는 사람을 골라 근로계약을 맺도록 하며 △이주노동자의 국내 체류기간은 최장 3년으로 하고 근로계약은 해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사업장의 휴·폐업, 임금체불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고, 노동관계 법령을 내국인과 똑같이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이러한 고용허가제 방안은 사실상 현행 연수제도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국가간 쌍무협정으로 노동자를 집단적으로 송출·유입하도록 하면 필연적으로 중간 브로커들이 양산되고 그에 따라 송출비리 문제도 또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직업선택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은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년마다 갱신되는 근로계약 역시 사측의 일방적 노동조건을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고 이 지부장은 덧붙였다.
지난 6일 8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고용허가제 방안 폐지""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의 도입 역시 결국은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며 산업연수생제도의 즉각 폐지와 함께 △이주노동자와 한국정부가 송출·유입의 주체가 되고 △직업선택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며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의 주체로 인정되는 노동허가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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