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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묻는다. 전쟁이 터졌고, 한국군 파병안도 통과됐다. 반전운동은 무의미한 행동일 뿐이다. 가능성도 없는 주장을 왜하냐고 묻는다. 나는 한가지만 말하겠다. 이 시기, 추악한 전쟁에 맞서 이 농성장에 앉아 있는 것이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이라고.""
8일 노상 농성에 들어간 은국 씨의 글이다. 이날 오후 2시, 은국 씨를 포함해 이라크 바그다드와 요르단 암만에서 반전평화활동을 벌이고 귀국한 허혜경, 오김숙이, 임영신 씨 등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 9명은 명동성당 들머리에 모여 '한국군 파병 저지와 미국의 이라크 침략 중단'을 위한 농성에 돌입했다.
성당측의 반대로 천막을 치지 못한 채 노상 농성에 들어갔지만, 이들의 의지는 결연했다. 이들은 명동성당 농성장을 중심으로 현재 이라크에서 자행되고 있는 미국의 대량학살행위와 한국군 파병의 부당함을 계속해서 알려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르단과 이라크에서 목숨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농성을 시작한다""는 오김숙이 씨는 한국군 파병이 결정되고 난 뒤, 확산되던 반전평화의 기운이 움츠러드는 분위기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오김숙이 씨는 ""농성은 한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활동""이라며 농성에 돌입하는 절박한 심정을 표현하는 한편, ""이제는 실제 한국군 파병을 저지하기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 이라크 반전평화팀은 농성과 함께 이라크 민중들을 지원하는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다. 지난 3일 이라크에서 귀국, 농성에 동참한 임영신 씨는 ""반전평화팀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시민·사회·의료단체 등과 나누고 이라크 민중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임 씨는 이러한 지원활동이 현재 미국과 유엔이 벌이고 있는 구호활동과는 다른 것임을 강조했다. 임 씨는 ""이라크의 정수시설에 무차별적으로 폭탄을 투하했던 미국이 이제 와서 미네랄 워터를 던져주고 있다""면서 ""미국의 전쟁과 미국의 구호, 그 양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엔 난민캠프에 이라크 난민이 적은 현실을 꼬집으며 ""고작 난민캠프를 만들어 놓고 전쟁이 터진 이후에 난민을 기다리는 식의 유엔 활동이 과연 이라크 민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냐""고 반문했다. 임 씨는 ""작지만 우리가 나누는 약 한 알과 빵 한 조각이 '이라크 민중 스스로의 재건'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들은 거리 선전전과 서명운동, 매일 저녁 7시 명동성당 들머리 반전평화 촛불집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모임과 병역거부자 후원모임인 '전쟁없는 세상'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농성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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