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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차 유엔인권위 3주간 회의 주요 쟁점들-
예정보다 일정이 늦게 진행되어 둘째 주의 주제였던 외국인노동자(의제안건 13), 소수집단(Minorities, 20), 종교적 불관용(22)에 대한 토론이 14일(화)까지 계속되었고 15일부터는 작년 8월에 열린 제46차 인권소위원회(인권소위)의 보고(19)와 이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어 다음날 오전까지 계속되었다. 원주민(Indigenous People)의 권리문제는 항목 19에서 다루어졌다.
16일 오전 늦게부터 많은 인권단체의 관심이 몰려 있는 의제안건 10 ‘모든 형태의 구금과 구속을 신청하여 지금까지 단일 의제안건 가운데 최고기록을 경신하였다. ’덕분에‘ 목요일은 이번 회기에서 처음으로 밤 10시까지 회의가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발언자 수를 다 소화하지 못하여 넷째 주 월요일에도 의제항목 10이 일부 계속되었다. 의제안건 10에는 콜롬비아, 과테말라, 동 티모르, 중국, 터키, 수단, 이라크, 쿠바, 터어키 등의 국가 이외에도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서방선진국도 포함되어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에는 이번 회기에서 처음으로 결의안(Resolution)에 대한 투표가 실시되었는데 첫 2주동안 다루어졌던 주제인 4,9,5,6,15,16 모두 5개 항목에 대해 모두 10개의 결의안이 제출되어 모두 채택되었다.
한편 이번 주 14일 처음으로 전일본군 출신 한국인의 보상문제에 관한 발언을 시작으로 정신대(15일), 장기수(16일), 국보법 관련 구속 출판언론인(17) 등 모두 4번의 한국관계 발언이 있었으며 17일 제출된 4개의 보고서 가운데 자의적 구금, 고문, 표현의 자유 모두 3개의 보고서에 한국 이름이 실려 있음이 확인되었다.
1. 일본군에 강제 징집 재일동포 보상문제 첫 제기
-‘반차별국제운동(IMADR)’ 일본의 시민 정치적 국제규약(ICCPR) 선택의정서 가입 촉구
일본 동경에 본부를 둔 반차별국제운동(IMADR)은 지난 14일(화) 소수집단 권리문제(20)에서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일본군에 강제징집되어 복무했던 한국과 대만 출신의 재일본거주민의 보상문제를 제기하였다. IMADR의 주 제네바 대표부의 레베카 마텐센(Rebeka Martensen)씨는 ""45만명에 달하는 한국과 대만출신 전 일본군 가운데 5만명 이상이 사망했고 상당수가 부상당했다”고 밝히고 “심지어 일본군처럼 연합군의 전시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전쟁범으로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서 “일본이 1952년 주권을 회복했을 때, 식민통치기간 중 한국인과 대만인에 강요했던 일본국적을 취소하였고 이에 따른 ‘국적상실’을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대만인의 보상을 포함한 기본권을 부정하는 법적 근거를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IMADR에 따르면 지난 65년의 한일협정으로 한국에 지불된 3억달러 가운데 일부가 한국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게 일부 보상금이 주어졌지만 일본 거주 한국인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이어서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는 지난 94년 1월26일 외무공보에서 ‘65년 한일협정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으므로 한국인은 일본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92년 일본 대법원은 한 대만인에 의해 제기된 소송을 일본 국적을 갖고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지난 인권이사회가 세네갈 출신의 전 프랑스 군인의 통보사례(196/1985)에 대해 “국적변경이 차별적 대우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한 결정을 예로 들면서 재일한국인과 대만인의 문제가 인권이사회에 제기될 수 있도록 일본정부가 조속히 시민적 정치적 권리 국제조약(B규약)에 따른 선택의정서를 가입할 것을 촉구했다.
일본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에서 “전쟁사망자의 가족과 부상자의 보상문제는 원호법(Aid Law)에 의해 다루어지고 있으며 일본과 전후 일본으로부터 분리 또는 독립된 지역 사이의 문제는 양자간의 특별조치의 규정을 받는 문제”라고 밝혀 한일협정으로 이미 문제가 매듭지어진 것임을 간접적으로 주장하였다.
이 문제는 이번 51차 인권위에서 처음 제기되었는데, 일본이 지난 79년 B규약에 가입하고도 아직 이에 따른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아 인권이사회에 직접 제소할 수가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인권위에서 계속 이 문제가 제기될 경우 일본정부는 ‘정신대’ 문제에 이어 다시 도덕적, 정치적 곤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정신대’문제를 염두에 두고 한일간 미묘한 신경전
-한국 인권소위 특별보고관 활동 지지 발언, 일본정부는 부정적
지난 15일 인권소위의 보고서에 대한 토론에서 한국과 일본정주 대표가 인권소위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표명해 이의 해석과 배경을 둘러싸고 민간단체들 간에 의견이 분분. 한국정부를 대표한 이준희 참사관은 ‘정치적 대량학살(Political Genocide)과 인종청소(Ethnic Cleaning)와 같은 범죄를 저지른 자의 불처벌(Impunity) 문제에 대해 특별보고관이 계속해서 연구하는 것’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국가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침해를 다루는 합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참사관은 이러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민간단체가 기여한 역할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이어서 발언을 하게 된 일본정부 대표 쇼헤이 나이토씨는 “92년 인권소위에서 채택되어 인권위가 동의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연구주제가 13개에 한정되어야 하는데 지난 회기에서 15개의 연구주제가 제안되었다”고 지적하면서 강한 어조로 인권소위가 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그는 “소위원회가 특별보고관의 연구를 돕기 위해 개최한 세미나가 과연 효과적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여 인권위의 다양한 연구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인권소위의 일부 활동에 대한 이러한 상반된 입장은 92년부터 인권소위를 통해 유엔인권기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양국 정부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되어진다. 지난해 8월 46차 인권소위는 정신대 문제와 관련하여 린다 차베스(Linda Chavez,미국)씨를 ‘전시중 조직적인 강간, 성노예나 이와 유사한 관행’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위한 특별보고관으로 임명하였고, ‘인권침해자의 불처벌’에 대한 특별보고관 루이 주아네(Louis Joinet, 프랑스)씨와 레스르스 기세(Messrs Guisse)의 첫 중간보고서와 테오 반 보벤(Theo Van Boven, 네덜란드)교수의 ‘인권침해자의 보상에 관한 원칙과 가이드라인 초안’을 다룬 바 있다. 정신대문제를 유엔에 제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도츠카 변호사(47, 일본)는 이에 대해 ‘한국정부의 발언은 간접적으로 정신대 문제를 돕는 효과를 지니므로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정신대 문제가 인권위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며 일본정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도츠카 변호사는 이어서 “최근 정신대 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이 발견된 중요한 자료를 입수했다”며 이로 인해 “일본정부는 이번 인권위에서 국제법적으로 완전히 패배를 자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이번주 화요일 의제안건 11에서 발언을 할 예정이다.
3. 국제인권단체 ‘장기수 송환과 국보법 폐지’ 주장
모든 형태의 구금과 연관된 인권문제를 다루는 의제안건 10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발언이 등장해 국제인권단체가 ‘여전히’ 한국을 인권침해 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고문반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Against Torture, IAAT, 본부 뉴욕)는 16일(목) 야간회의에서 미국의 인권침해 상황을 비판하기 전에 칠레와 함께 한국을 예로 들면서 “한국정부가 북한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정치범을 단지 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포기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때문에 40년이 넘게 구금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IAAT는 “북한과의 통일에 관심을 지닌 시민들을 구시대 냉전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통해서 탄압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러한 조치는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IAAT는 더 나아가 “인권위원회가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를 꺼려하는 것은 한국과 지구상의 유일하게 남은 초강대국(미국)과의 역사적인 관계 즉 좁은 국익의 틀에 따라 움직이며, 암묵적으로 억압적인 한국정부를 지지하는 후원자 초강대국의 영향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미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비판하였다.
한편 전 세계 90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국제펜클럽(International PEN, 본부 런던)의 사라 와트(Sara Whyatt)씨는 17일 오후 발언에서 테러리즘의 방지와 국가보안법을 사용하여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한국, 이디오피아와 터어키의 사례를 들었다. 그녀는 “정치적인 이유로 구속된 400명 이상의 정치범 가운데 적어도 13명 이상이 출판인과 언론인 등이다”고 지적하면서 “남북한의 통일과 사회개혁을 추구하는 단체의 회원인 이들 대부분은 허받지 않고 북한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고 밝히면서 “이들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옹호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사라 씨는 “일반 법률과 특히 현행 형법으로 국가안보에 반하는 범죄를 충분하게 다룰 수 있다. 게다가 국보법에 의해 다루어지는 문제들이 애매한 용어로 규정되어 있어 국가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행위나 시민적 정치적 국제조약이 인정하지 않는 조치를 허용하는 광의의 해석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한 지난 92년 7월 한국정부의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보고서 심의에서 인권이사회의 한국정부에 대한 지적을 인용하면서 “한국정부는 인권이사회가 결론으로 ‘국가보안법이 단계적으로 철폐되어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보법에 대해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라 씨는 지난 84년부터 90년까지 약 7년동안 국제앰네스티에서 한국 등 동아시아 연구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한편 한국정부 대표는 이상의 발언에 대해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4. 이주 노동자 인권조약 가입 촉구 발언 잇달아
-94년 11월 현재 모로코와 이집트 2개국만 가입
이른바 ‘서방선진국’의 무관심과 의도적인 경시 가운데 이민노동자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발언이 계속되었다. 칠레, 필리핀, 모로코 등 자국의 노동자를 ‘수출’하는 국가의 정부대표와 국제자유노조연맹(ICFTU)과 세계교회협의회(WCC)등 일부 민간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는 인권탄압 사례와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모든 국가가 이주노동자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장하는 조치로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을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조약(MWC)’를 조속히 가입할 것을 촉구하였다.
국제자유노조연맹은 독립적인 ‘국제 이주자권리 감시위원회’(International Migrants Rights Watch Committee)의 설립을 환영하면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조약 97과 143을 모든 국가가 가입할 것을 촉구하였다. 한편 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하여 제출한 보고서에서 ‘작년에 모든 국가에 이주노동자권리보호조약을 비롯한 모든 국제인권조약의 조속한 비준, 가입을 촉구하는 편지를 발송했으며 94년 11월1일을 기준으로 모로코와 이집트 두 나라만이 가입하고, 칠레, 멕시코 및 필리핀만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인권조약(MWC)은 10년이 넘는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90년 12월18일 유엔 총회의 결의안(45/158)에 의해 채택되었다. 이 조약은 20개 국가가 가입을 해야 발효되는데(87조) 한국정부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가 아직 서명조차 미루고 있는 상태다. 한편 이번 토론에서 한국내의 외국인 노동자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 한국내 외국인노동자 문제의 심각성이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 인권단체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제네바=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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