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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핑계로 인권유린 하는 태도 여전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문서에서 파업지지 성명서 배포행위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음이 확인돼 여전히 ‘국가안보’를 인권을 유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전 노조위원장 손종규 씨가 92년 “제3자개입 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은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9조 위반”이라며 유엔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mmi- ttee)에 제소한 건에 대한 ‘답변’(Reply)에서 정부는 “손씨는 시위에 참가할 것을 선동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데 참가했다. 또 폭력시위에 참가하고, 시위대에게 거리로 나가라고 선동하여 공공질서를 위협한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인권센터(Center for Human Rights)가 올 2월 손씨의 대리인인 조용환 변호사에게 보내온 문서(Ref. N °: G/SO 215/51 KOREA REP(2))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답변’에서 “손씨가 파업지원을 결의한 대기업노조연대회의의 회의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속된 것이 아니다”며 정부는 의견서에서 손씨가 제소하게 되었던 91년 2월의 대우조선노조 파업지원을 대기업노조연대회의와는 무관한 사건들을 들어서 “손씨는 화염병을 던지는 등 격렬한 시위에 참가했다”며 “(손씨의) 행동은 대한민국의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이사회가 94년 5월 손씨에게 ‘통보’를 허용한 후 지난해 11월 25일 당사국 정부가 내는 ‘답변’에서 우리나라 정부는 또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개입금지 조항은 피고용자와 고용주간의 독립적인 분쟁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손씨의 대리인인 조용환 변호사는 지난 22일 제출한 ‘반대의견서’에서 “폭력시위 가담(90년 11월) 운운하는 것은 이 사건에서 제기한 91년 2월의 연대회의 성명서(대우조선 파업관련)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고, 이 사건에서 (손씨가) 제기한 바도 없으므로 언급의 가치가 없다”고 정부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대우조선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연대회의 성명서가 그 배포행위를 포함하여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위협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대우조선 노조 파업이 국가안보를 해치는 것도 아니었고 공공의 사항에 대해 평화적으로 의견을 발표하고 그 당사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의견을 인용, 이용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오히려 공익을 증진한다”고 강조했다. 조 변호사는 또 “연대회의 성명서가 국가안보를 침해했다면 한국의 국가안보는 대우조선의 기업이익과 같다는 말인가”고 하면서 “이런 정부의 주장은 국가안보가 얼마나 많이 남용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손씨의 처벌은 규약 제19가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이를 정당화 할 사유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손씨의 제소는 정부가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한 이래 처음으로 제출된 것이며 이 건에 대해서는 통상적으로 올해 안에 결말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씨도 전민련 창립선언문과 관련, 국가보안법 7조 위반으로 형을 받은 것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소해 놓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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