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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자 인권침해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관련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은 '징벌'을 0순위로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징벌이 가지고 있는 가혹성과 잔혹성에 비해 제도상의 허점이 많아 징벌이 남용되거나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징벌과 관련한 진정이 넘쳐나고 이에 따라 인권위 역시 징벌제도와 관련해 몇 차례에 걸쳐 시정과 개선을 권고했다.
그동안 인권위가 내린 권고를 살펴보면 우선 징벌부과와 관련해 △교도소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징벌을 부과하도록 하고 △각 규율위반 행위에 대한 징벌의 수준과 금치 기간을 정하되 이를 완화하며 △연속 징벌을 부과할 경우에는 중간에 반드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징벌 집행에 대해서는 △조사실 수용자에 대한 집필·작업·운동 등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금치 징벌 중인 수용자에 대해서도 서신·집필·운동 등의 기본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또 징벌절차와 관련해서도 △징벌을 결정하는 징벌위원회 구성의 객관성과 공정성 담보를 전제한 뒤 △징벌혐의자에 대한 충분한 소명 기회 부여와 △징벌에 대한 불복절차 마련 등을 권고했다.
이러한 인권위의 권고는 징벌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징벌로 인한 인권침해를 근절하기에는 모자람이 많다.
우선 인권위의 권고가 '인권의 시각'보다는 '법률적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그동안 교도소당국이 '증거인멸의 위험성' 등을 근거로 내세워 조사실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또 다시 '증거인멸의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인 것이 대표적이다. 또 연속징벌은 그 참혹함과 가혹함으로 인해 당연히 폐지돼야 할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법에서 명백히 금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연속징벌의 가혹성을 완화만 하겠다는 발상 역시 인권위가 '인권적 기준'이 아닌 '법률적 견해'로 사안을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권위의 권고가 종합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못하다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징벌문제는 각 관련 조항이 모두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권위의 권고는 '종합적 대책'이 아닌 사안별 구제와 권고에 그치고 있다. 권고의 내용 역시 ""∼등을 폐지·시정하라""는 선언적 요구에 불과할 뿐, 소내 현실을 감안한 구체적 개선책은 담고 있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누차 지적돼 온 것처럼 권고 결정 후 후속 대응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인권위의 수임사항은 비단 '판단'과 '결정'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안을 사회 의제화시키는 것과 관계 부서가 권고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 역시 인권위의 역할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6차례에 걸친 징벌제도와 관련한 권고가 수용되도록 하기 위해 이렇다 할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수십 개의 개혁적인 권고보다는 단 한 가지의 권고라도 제대로 현실화시키는 것이 더욱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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