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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금지, 흡연금지, 출입금지 등 빨간 테두리 속에 갇힌 행위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여기 당연히 갇혀야 할 것이 당당하게도 설치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은 국회에도 드나들고 농협에 들렸다가 신성한 학교에도 갔다가 '떳떳하기만 한' 청와대에서도 '의젓하게' 기어 나르고 있다. 뇌물수수, 부정비리라 불리 우는 이것은 큰 도둑놈이 좀도둑을 재판하고 가두는 배경 앞에서 관객을 기막히게 하는 공연이 사회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드디어 관객이 팜플렛과 의자를 던지고 일어났다. 부정비리에 대한 일상적인 감시와 압력행사를 위하여 시민고발운동을 시작한 「국회노동위돈봉투 사건과 한국자보 부당노동해위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연대」(한국자보 시민연대)가 바로 그들이다.
먼지 속에 묻혀 있는 과거의 크고 작은 사건은 제쳐두고라도 올해만 해도 1월의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 3월의 '농협 한호선 회장 구속사건', '상문고 비리', 4월의 '상무대이전 관련 비리'등이 지뢰밭을 거닌 듯 여기저기서 터졌고, 그 피해자들의 신음소리만 클 뿐, 책임당사자들은 여전히 안전지대에 있다.
먼저 문민정부의 개혁바람 속에서 부정비리행진의 화려한 테이프를 끊은 '국회노동위 돈봉투사건'을 간략히 살펴보자.
이 사건은 한국자보의 부당노동행위와 국회위증, 이를 은폐하고자 한 경영진들의 국회의원에 대한 뇌물로비와 뇌물로비를 위한 탈법적인 비자금 조성으로 요약되어지는데 기업이 법망을 피해가면서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자신들의 부조리를 뇌물로비를 통해 감추려하는 한편 부당해고와 노조 와해공작을 일삼는 등의 전근대적인 고질병 증세를 보여주었다.
더구나 김말룡 의원의 폭로 이후에도 3개월이 지나도록 적절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국자보 김택기 사장을 비롯한 책임자에 대한 납득 못할 무협의 처리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사건의 발단이된 한국자보노조에 대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오히려 거세어졌다. 구사대를 동원한 노조사무실 파괴와 노조간부 감금, 폭행, 구사대 결성사주 및 노골적인 지원, 조합원들에게 조합비 납부거부 등 각종 서명 강요, 조합비 미 공제 및 미인도, 노조간부 임금 미지급 등 탄압의 종류는 다양하기만 하다.
게다가 이 상황을 노조갈등으로 선전하고, 노조위원장을 ""야심만을 추구하는, 입사이후 회사 일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세습노동운동가""로 비방하는 등 누가 칼자루를 쥐고 누구를 엄벌하려 하는지 완전히 회인지 뒤바뀐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시민고발운동의 첫 시위가 당겨졌다. 3월 31일 김승훈 신부, 정윤형 교수, 김동완 목사 등 135명의 발기인이 모여 '시민연대'를 결성하였고, ""이번에는 대충 넘어가지 말자, 끝까지 밝혀보자""는 의지로 4월 15일 '뇌물추방 시민고발운동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1차 고발장을 접수시켰다. 피고발인은 동부그룹 회장 김준기, 한국자보사장 김택기, 서울지방노동위 위원 최일곡과 성명미상의 여야 국회의원, 노동부 공무원들이다.
또 지난 5월 16일에는 한국자동차보험의 온갖 방해를 이기고 '동부그룹 노조탄압 규탄 및 노사관계 정상화 촉구 시민대회' 후에 1만3천40명이 참가한 2차 고발이 이루어졌다. 1차고발이 시민연대 발기인들의 고발이었다면 2차 고발은 가두서명과 각계조직을 통해 보다 광범위한 시민이 참가한 것이다. 2차 고발은 대한문 앞, 명동상업은행 앞, 자보빌딩 앞 등에서 벌인 가두서명과 노동절 전야제에서 받은 접수 등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시민고발운동을 통해 「한국자보 시민연대」가 이루려는 바는 다음과 같다.
우선 부패기업주, 정치인, 공무원간의 검은 유착을 파헤치고, 관련자를 엄벌하는 선례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끝까지', '철저하게'라는 말이 '잠잠해지면', '의혹을 남긴 채로'로 대치되는 일이 없도록 국민이 관행적인 축소수사와 맞서자는 것이다. 둘째는 건강한 노동조합에 대한 시민적 지지와 지원을 통해 민주적 노사관계 정착에 이바지하자는 것이다. 가깝게는 노조탄압과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국자보 노동조합에 조직적, 지속적인 지원을 모으는 것이다. 회사측의 거부와 방해로 협상의 어려움은 크고, 상황은 매일매일 변하는 속에서 기업측에 국민적 압력을 가하고, 협상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셋째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뇌물문화와 뇌물의식의 개혁을 이루는 것이다. 이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일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시민고발운동이 겨누어야 할 과녁은 너무 멀기만 하다. 아니 너무 무수한 화살이 박혀 있다 고나 할까? 그러나 힘없이 박혀 금새 뽑혀 버리고, 무수한 구멍만을 남겨 놓았다고 할까? 부정비리만큼이나 '뿌리뽑자, 밝혀보자'는 시도가 너무 많았다.
「한국자보 시민연대」는 이 안타까움을 극복해 보고자 한다. 그러나 힘이 부친 면이 많다. 우선은 10여명의 기획의원이나 발기인 모두 여러 곳에 몸담고 여러 사안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한국자보 시민연대」내부로 힘을 모으는 일이 어렵고, 현재 2명의 간사의 힘으로는 감당할 일이 너무 많다. 부정비리에 대한 고발을 해오는 시민들의 전화가 많으나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크다고 한다.
부정비리 사안에 대한 대응세력이 너무 분산되어 힘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안별로의, 인맥으로의 분산을 지양하고, '연대'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강화할 때, '철저성'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한다.
썩어도 거름이 되지 못할 것들이 사회 곳곳에서 썩고 있다. 「한국자보 시민연대」의 고발운동으로 시작된 참여와 감시가 함께 섞여질 때, 우리 사회의 뇌물문화도 썩어질 것이 되어 영양가 있는 사회의 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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