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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2개월, 지하철은 이제 안전한가. 지난 15일 공공연맹 등이 주최한 '지하철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석한 관련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노동자들은 모두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졸속 대응이 또 다른 대형참사를 예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구지하철 시민사회단체대책위의 김경민 진상조사단장은 ""참사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대구를 지하철 안전 시범도시로 만들겠다는 약속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진상규명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가 만든 8쪽짜리 빈약한 지하철 종합안전대책 문건이 유일한 대책""이라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강력 비난했다. 지하철 화재가 엄청난 인명피해를 부른 것은 '불쏘시개'처럼 타 들어간 전동차의 내장재와 방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안전성을 무시한 무리한 인력감축 때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인 원인 제거나 책임자 처벌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전동차 내부의 불연재 교체 문제와 관련해 공공연맹의 황하일 정책국장은 ""건교부가 발표한 '불쏘시개' 전동차만 6천3백량에 이르지만, 이를 불연재로 교체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정부는 지난 달 25일 관계차관회의에서 대구 지하철 전동차 204량 내부를 전면 불연재로 교체한다는 애초의 방침을 변경, 의자·바닥재·통로 연결막만 불연성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이 경우 화재시 발생하는 총 열량의 25%만 억제할 수 있게 된다. 박창화 인천전문대 토목학과 교수는 ""전동차를 불연재로 전면교체하지 않는 한, 방재시스템이나 안전교육을 강화한다 해도 대형화재참사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대구참사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전동차를 불연재로 전면교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력감축도 마찬가지. 도시철도노조 허인 위원장은 ""현재 역사당 근무인원 2-3명으로는 매표·순찰·기기조정 업무에다 종합사령실 내 20개의 시시각각 바뀌는 모니터를 점검하고 불시의 사고에 대처할 수 없으며, 더구나 화재 시 기관사 1명이 화재진압, 사령실과의 교신, 승객도피 지원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1인 승무제 철회와 인력확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90년대 중반이래 자동화를 빌미로 진행되어 온 인력감축이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강화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 역시 또 다른 대형참사를 잉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당 근무인원은 43명으로 파리의 78명, 동경의 63명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정.
허 위원장은 또 ""대형참사를 부른 안전설비 미비와 인력감축은 지하철 공사의 안전을 무시한 수익성 중심의 운영에 기인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종합적 안전관리체계 구축, 재난사고 책임자 법적 명시 등 중장기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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