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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7월19일 우리나라의 제 3자개입금지가 유엔 시민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자유권조약)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정부에 개정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인권조약의 해석에 가장 권위 있는 기구인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번 결정으로 제3자개입금지 조항의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주노총 결성을 앞두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권이사회는 손종규(전 금호노조 위원장)씨가 92년7월 이석태 변호사 등을 통해 인권이사회에 통보하였다. 이에 대해 정부측과 손 씨측의 반론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최종결정을 내려, 이를 지난 8월 한국정부와 손 씨측에 통보했다. 인권이사회는 최종 견해에서 “손종규 씨의 행위를 제3자 개입금지 위반으로 보는 것은 자유권조약 제19조 2항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 정부는 손씨에게 배상 등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하고, 제3자 개입금지 규정을 재검토하여 장래에 이러한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하며, 90일 이내에 한국정부가 취한 조치를 보고할 것”등을 요구하였다.
손씨는 지난 91년2월 「대기업노조연대회의」가 대우조선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였다는 이유로 제3자개입금지 조항 위반혐의로 구속, 1심에서 징역 1년6월형을 선고받았고,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기각 당했다. 손씨는 형이 확정된 후인 지난 92년 7월 자유권조약과 선택의정서에 근거하여, 대리인을 통해 이 사건을 인권이사회에 통보, 이런 결정을 받게 되었다.
지난 80년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해 법률로 제정된 제3자개입금지규정은 94년6월과 95년 3월 국제노동기구(ILO)가 결사의 자유원칙을 위반했다고 결정하여 한국정부에 개정을 요구하였고,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지난 5월 간접적으로 이 조항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사회권조약 제8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번 인권이사회의 결정으로 더욱 더 한국정부는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노동법 개정 때마다 가장 먼저 오르내리는 이 조항에 대해 노동자들은 올해 임투 기간중에 역으로 제3자개입을 적극 선언, 이의 철폐를 다짐한 바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상임대표 고영구)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준비위원회」(공동위원장 권영길 등)는 이번 인권이사회의 결정을 계기로 정부에 대해 △손종규 씨 등 대기업노조연대회의 사건으로 구속되었던 이들에게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 △정기국회 회기 중에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철폐할 것 △노동부, 검찰, 경찰, 제3자 개입금지조항의 적용을 중지할 것 △이 조항으로 인해 수감중인 이들을 석방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김근태씨(현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전민련 관련)와 박태훈 씨(호주 한청련 관련)가 인권이사회에 사건을 통보하여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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